영업사원도 물건 넘겨… 손실은 고스란히 대리점주 몫
남양유업 사태로 논란을 빚은 ‘밀어내기’의 종착역인 ‘삥시장’에 영업사원들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중간 도매상에게 직접 물건을 넘기는 경우도 있어 대리점주들이 더 큰 손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티즌들은 ‘밀어내기 악순환’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일 <한국일보>는 삥시장의 물건 값이 시중가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면서 밀어내기로 문제가 됐던 남양유업의 한 커피 음료는 시중가의 절반에 구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삥시장에서는 일반 소매점에서 개당 1,05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큰사발의 경우 16개짜리 1박스에 1만2,400원으로 개당 775원 꼴에 구매할 수 있다. 주요 고객들은 영세 소매점, PC방, 노래방, 예식장, 음식점 등 다양하다.
삥시장은 제조업체의 밀어내기로 물건을 떠안게 된 대리점주가 미처 팔지 못한 재고 물품을 도매시장에 헐값에 내다파는 곳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을 속칭 ‘삥시장’, ‘땡처리시장’이라고 부른다.
삥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들이 모두 대리점 재고 창고에서 나온 상품들은 아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카드결제나 세금 명세서 등 무자료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점을 볼 때 밀어내기로 인해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go발뉴스’에 “거의 밀어내기로 만들어진 시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장이 꽤 오래되었다”며 “대리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내다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주 실장에 따르면 대리점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업사원도 암암리에 삥시장을 이용한다. 영업사원도 본사의 영업실적 강요에 자신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정상 출고가 보다 50~60%를 싸게 내놓는 다는 것. 이 실장은 영업사원들이 여기서 생긴 돈으로 행사 지원 등 대리점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조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업사원들의 이런 운영이 대리점주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있다. 이 실장은 “물건을 여러 곳에 납품하는 중간 도매상들은 여러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납품하기에 삥시장에서 물량을 대량으로 구매한다”며 “일부 중간 도매상들은 대리점 코드(계약)를 수 십개씩 가지고 있다. 본사에서 대리점을 거치치 않고 중간 도매상들에게 먼저 물건을 싸게 넘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손실에 대해 대리점이 모두 떠안는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에서 본사 직원이 삥시장에 물건을 처리한 뒤 피해액을 대리점에 전가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go발뉴스’에 “영업 담당이 자기 매출 목표를 채우려면 대리점이 팔아줘야 되는데 임의로 먼저 (삥시장에) 해버리는 것이다”며 “결과적으로 손해 보기 싫어서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동주 기획실장은 삥시장 문제의 해결에 대해, 본사의 판매 목표 강제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센티브나 패널티로 장려금을 주지 않는 등 이런 제도가 묶인 밀어내기가 대리점주나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판매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부터 근본적으로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관련 뉴스를 접하고 “밀어내기 삥시장 실적악화. 다시 밀어내기 악순환이 계속 될 거고 죽어가는 건 대리점주고 회사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새벽**), “그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냐? 세금이 아깝다”(대*), “대리점주 피 뽑아 번 돈 고사하기 전에 다시 돌려줘라. 이제는 밀어내기 식 덤터기 온 국민과 전 세계가 다 안다”(아**),
“비단 남양 만의 문제가 아니구나”(sou******), “우리나라 기업의 생리인 성장에만 몰두하다보니 생긴 폐해. 기업들은 영업실적 마이너스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달보다 1%라도 실적을 올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영업사원을 그냥 두지 않는다”(푸*), “소비자연합회는 삥시장에 많이 나오는 상품을 발표하세요. 강제로 밀어내서 돈을 버는 회사의 상품은 그만 사겠습니다”(trav****) 등의 비난 의견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