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기 괴롭다”…재고창고에서 유서 남기고 자살
산사춘 등 전통 주류를 생산하는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와 빚 독촉에 괴로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겨레>는 15일 인천에서 배상면주가 대리점을 운영해온 이모씨(45)가 14일 오후 2시 40분께 자신의 대리점 재고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대리점을 운영하며 빚이 누적되고 본사로부터 채권 회수 압박을 받아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유족들은 <한겨레>에 “본사의 밀어내기 압박으로 힘들어했지만 채무관계가 얽혀 있어 그만두지도 못했다. ‘죽으면 속 시원히 해결될 것 같다’는 마를 자주 했다”고 말했고, 이씨의 부인 신모씨(45)는 “남편이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씨는 12일 동료 대리점주 3명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유서를 보냈다. 이씨는 유서를 배상면주가 배영호 대표에게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유서에서 “남양(유업)은 빙산의 일각. 현금 5000만원을 주고 시작한 이 시장은 ‘개판’이었다. 본사 묵인의 사기였다. 밀어내기? 많이 당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행사를 많이 했다. 그러나 남는 건 여전한 밀어내기. 권리금을 생각했다”고 썼다. 본사의 밀어내기로 손해를 많이 입었지만 권리금 때문에 대리점을 쉽사리 접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또 “날로 늘어가는 부채. 10년을 충성하고 누구보다 회사를 믿고 따른 이 대리점에 이제는 지역제한(해제)이란 칼을 꽂는다? 그리고 이제는 협박? 채권 갚아라?”라고 썼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역제한이란 배상면주가가 권역별 자사 대리점에만 상품을 공급해온 정책인데 최근 판매 부진 대리점주들에게 지역제한을 풀어 타사 대리점에도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압박해왔다.
<한겨레>는 이씨가 한 주류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2003년 권리금 5000만원을 주고 인천 부평구 대리점을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2006년에는 권리금 5000만원에 인천 서구의 대리점을 추가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주변 사람들은 밀어내기 압박이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한 배상면주가 대리점주는 <한겨레>에 “물량 밀어내기를 증명하는 영업사원 통화 녹취록을 갖고 있다”며 “본사는 잘 안팔리는 주류 입고를 압박해왔고 유통기한이 지나도 반품처리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씨는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 운반을 위해 냉동탑차를 마련하라는 본사의 압력으로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6000여만원을 들여 냉동탑차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결리는 출시 8개월 만에 판매 부진으로 생산이 중단됐고 이씨는 냉동탑차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씨는 배상면주가에 1억 2500만원의 빚을 졌고 최근 빚 상환 독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한겨레>에 “물량 밀어내기나 빚 독촉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