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100일 집회 외면하다가 대국민 사과?”

대리점주들 “국민상대 영업활동”…민변 “집단소송 준비”

“협의회 회장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요, 회장님 만나서 다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홀로 남겨진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가 멋쩍은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9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열릴 기자회견을 앞두고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 측에게 김 대표가 사과를 하겠다며 찾아왔지만 협의회 측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쇼”라며 비난했다. 사과의 순서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9일 오후 2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이날 오전 있었던 대국민사과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go발뉴스'
9일 오후 2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남양유업대리점피해자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이날 오전 있었던 대국민사과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go발뉴스'

앞서 이날 오전 남양유업 김웅 대표는 대리점주들에게 가해진 제품 강매를 인정하고 폭언 파문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대표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재발 방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협의회 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반발했다. 협의회와 시민사회단체,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등은 이날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대국민사과는 국민에 대한 쇼”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이창섭 협의회 회장은 남양유업 측에 밀어내기, 파견사원 임금 떠넘기기 금지, 떡값요구 금지 등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와 단체 교섭권 요구, 피해 대리점에 대한 구체적 손배상 계획과 협의 등을 요구했다.

이날 정승훈 협의회 총무는 “조금이라도 속죄를 보인다면 우리한테 먼저 사과하는 게 맞는 일이다”라며 “고소를 취하 하겠다 했는데 안 해도 된다. 우리가 무슨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나. 준법정신을 토대로 정정당당히 싸워왔다. 102일 동안 싸우면서 회사는 단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피해대리점주들은 억눌렸던 울분을 계속해서 토해냈다. 한 대리점주는 “본사 앞에 오는 걸 싫어한다. 작년 12월 이 건물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10층에 갈까, 옥상에 갈까 배회하던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아들이 나에게 용기 내서 싸우라고 사필귀정을 보여주라고 하더라.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나 같은 아버지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점주는 “10년동안 남양유업 측에 하소연했다. 그건 하소연이 아니라 내 절규였다”며 “욕 파문이 없었다면 남양유업 측이 공식 사과문 발표했겠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면서 울먹였다.

경제민주화 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하는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go발뉴스'
경제민주화 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하는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 ⓒ'go발뉴스'

시민사회단체도 남양유업 측의 대국민사과를 비난했다. 직원 하나의 일탈로 벌어진 일처럼 축소해 국민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경자 부위원장은 “불매운동과 지금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국민들에 대한 영업활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협의회에 사과하고 배상하지 않는다면 불매를 비롯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성춘일 변호사는 “협의회는 1월부터 시위하고 있었다. 그 동안 남양유업 관계자 어떤 사람도 나와서 보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피해자인 협의회 관계자한테 단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해 하는 게 진정한 사과냐”고 비난했다.

성 변호사는 “남양유업은 2006년 공정위에서 불공정거래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같은 사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해 직접적, 물질적 피해보상이 언급되지 않았다. 민변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차후 형사 절차와 민사소송을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피해자협의회의 한 회원은 ‘go발뉴스’에 “사과 방송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잘못한 사람이 버젓이 여기 있는데 분위기 상 자기한테 손해가 갈 것 같으니 억지로 등 떠밀려 애꿎은 데다 사과한 것 아니냐”며 “아까도 그냥 와서 꾸벅 인사하고 가는데 마치 쇼를 보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대국민사과로 남양유업 측은 사태가 진정될 것을 예상했으나 소비자들의 냉담한 시선과 협의회 측의 면담 거부에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또한,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 불매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남양유업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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