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증거’에도 “수사중이라 말할 수 없다”

홍보전략실장 방송 인터뷰 ‘도마’…대리점협의회 “입만 열면 거짓말”

남양유업의 직원 일부가 검찰 조사에서 ‘밀어내기’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제품을 강제로 떠넘긴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 그러나 사측 관계자는 여전히 검찰 조사 중이라 설명할 수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비난이 거세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남양유업 대리점 내부 전산망 공시사항’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1년 10월 20일 대리점 공지문에서 “이번 달 커피믹스 할당이 있다. 내일 주문해서 모레 도착하도록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대리점주들에게 통보했다.

2012년 1월 9일 공지문에서는 “불가리스 키즈 토요일부터 주문관리 시작하겠다. 대리점별로 할당량은 문자메시지로 전송해드리겠다”며 “자체적으로 주문하지 말라”고 알렸다.

지난 2월 17일 방송된 남양유업 측의 '밀어내기'로 쌓여있는 재고들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처
지난 2월 17일 방송된 남양유업 측의 '밀어내기'로 쌓여있는 재고들 ⓒMBC <시사매거진 2580> 캡처

이와 관련, 남양유업 최재호 홍보전략실장은 16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만약 (할당을) 했다고 하면 밀어내기에 해당된다. 기자회견에서도 큰 틀에 있어서 밀어내기라든가 잘못된 관행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인정 하지 않았나”라며 “그 부분(밀어내기)은 지금 검찰조사 중이고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 중에 있는 사항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최 실장은 지난 12일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출범에 점주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사측이 압박을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이런 사실이 있었느냐, 이건 명확히 있었으면 인정을 해야 되고 그래서 다시 한 번 확인 해 본 바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던 걸로 확인됐다”면서도 “물론 1500개 대리점을 저희가 다 일일이 전화해서 그걸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저희가 지점 쪽에 확인 해본 결과로는 그런 상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실장은 협의회 측이 영업사원과 지점장과의 통화를 받고 12일 출범식 현장에서 되돌아갔다는 주장에 대해 “입금마감일을 하루 앞둔 날”이라며 “가장 많은 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입금마감일을 13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리점주들에 따르면 이번 달 마감일은 5일이다. 최 실장은 진행자가 날짜를 확인하려 수차례 한 질문에도 거듭 13일을 주장하며 “12일이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통화가 이루어져야 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리점협의회 정승훈 총무는 ‘go발뉴스’에 “출범식 날 직접 오셨다가 들어간 분들, 현장에서 전화 받고 가신 것을 목격했다”며 “입금 마감일은 분명 5일이다”고 밝혔다.

정 총무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투 자체도 거짓말 하는 뉘앙스 아닌가”라며 “거짓말을 계속 해야 되니 말도 더듬거리면서 다 보이는 수. 반성의 자세가 없다”라고 비난했다.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가 제작한 동영상. 이들은 사측이 불법으로 발주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동영상'남양유업, 그 검은 얼굴'캡처
남양유업 대리점피해자협의회가 제작한 동영상. 이들은 사측이 불법으로 발주 내용을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동영상'남양유업, 그 검은 얼굴'캡처

또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전산 주문 프로그램을 재정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5일 대리점협의회는 “주문 프로그램 ‘팜스21’은 대리점주가 1차 주문한 기록은 남지 않도록 하고 프린트나 화면 캡처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종적인 주문 물량만 기록에 남게 하는 식으로 강제 발주 흔적을 숨겼다는 것이다.

대리점협의회는 대리점을 운영했던 곽모씨가 본사를 상대로 밀어내기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하자 2008년께 전산 시스템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곽씨가 ‘팜스21’에서 최초 주문 물량과 최종 주문 물량의 차이가 적힌 문서를 뽑아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최재호 실장은 이에 대해 “지금 수사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입장이 안 된다”며 “크게 보면 밀어내기에 해당되기 때문에 분명하게 파악을 해서 고칠 건 분명하게 고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재호 홍보실장의 인터뷰에 청취자들은 “밀어내기에 당황하고 수습하는 모습이 너무 우습다”, “아는 게 없으면 나오지 말든가 변명이나 하고”,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면 장땡이냐”, “전형적인 갑의 태도”, “홍보실장 고도의 남양 안티인 듯. 역효과 대박일 듯” 등의 의견을 보였다.

한편, 남양유업 임직원들은 16일 오전 천안신공장 덕정홀에서 자정 결의 대회를 열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김웅 대표이사는 막말 파문을 사과하고 개선 방안을 발표하는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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