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40분 지각…20분 만에 자리 뜨는 등 ‘무성의 교섭’
영업직원의 폭언·욕설 통화 녹취록으로 우리 사회 '갑을관계'에 도화선을 놓은 남양유업이 대리점협의회와 21일 첫 교섭을 가져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교섭단계에 들어서자 대표이사가 20분만에 집안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아무런 성과가 없이 마무리돼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는 21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식당에서 1차 단체교섭이 진행됐다. 이번 교섭은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의 중재로 이뤄졌으며 김웅 대표이사의 지각으로 오후 3시경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웅 대표이사는 이날 사측 임원 등 교섭 대리인만 참석시킨 채 불참했다가 ‘을지키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항의로 2시 40분께 교섭장에 도착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국민여러분과 대리점주 여러분께 심려 끼치는 일이 없도록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준법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이 자리를 빌어 회사와 피해 대리점 간에 합리적이고 상생할 수 있는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밝히고 20분만에 자리를 떴다.
이와 관련, 대리점협의회 정승훈 총무는 ‘go발뉴스’에 “대표이사가 오자마자 몇 마디 하고 나가버렸다. 집안에 일 있다고 위임해 주고 갔다”며 “그런데 대표이사가 없으니 대리인들이 지금 말해줄 수 없다, 금요일에 답변을 하겠다 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정 총무는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난다. 어떻게 답변할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금방 교섭이 끝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날 협의회 측은 남양유업에 △불공정행위 근절 △정기적인 단체교섭 △PAMS 21 시스템 개선 △대리점 협의회의 구성 및 협조 요구 △대리점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대리점계약의 존속보장 △물품공급대금의 결제시스템 변경 △부당해지 된 대리점주의 영업권 회복 △밀어내기 등으로 인한 피해변상 등을 요구했다.
교섭단은 이날 1차 교섭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대리점주들과 함께 교섭단으로 참여한 김철호 변호사는 ‘go발뉴스’에 “준비가 안 되있다고 답변을 (남양유업 측에서) 전혀 못 들었다”며 “일단은 24일 교섭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1주일에 몇 번 할지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황당했다. 답변 할 수 있는 게 한 가지라도 없느냐고 물으니 앞으로는 잘 지키겠다라고 하더라”라며 “오늘은 첫 날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고 말했다.
대리점협의회는 지난 1월 말부터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남양유업 측과 협의회의 다음 교섭은 24일 오후 2시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남양유업은 지난 9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밀어내기 등 불공정 관행을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 조사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