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동’ 조응천, 더민주 입당…“내 아픔 다른 이들 겪지 않게”

조국 “반박근혜전선 일대 활극 벌어질 듯”…靑내부 “어이없고 황당하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됐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은 2014년 말 ‘십상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정가를 뒤흔들었던 사건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입당인사에서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만든다”며 “그러나 현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그 진흙탕에 뛰어 들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잘못된 권력을 바로세우고 국정을 바로세우고 나라를 바로가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을 일구고 싶다”고 밝혔다.

조응천 전(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라고 회견을 통해 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응천 전(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라고 회견을 통해 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 조 전 비서관은 “‘대구 출신 現정부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黨’, ‘미래가 불확실한 黨’이라는 이유로 만류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오늘이 바로 ‘레테의 강’을 건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한 야당만이 강한 여당, 강한 정부, 그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야당은 바로서야 한다”며 “그래야만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 브레이크없는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마지막 결정 과정에 저희 부부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었다”며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라고 소개하며 ‘정윤회 문건 파동’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13년~2014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근무했다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돼 검찰이 기소됐다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정윤회 문건’ 파동은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2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조응천 전(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라고 회견을 통해 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응천 전(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라고 회견을 통해 전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일보 2014년 11월 28일자 4면 <朴대통령 측근 행세했던 ‘3인방’, 정씨 ‘정보원’ 노릇> 기사 <사진=세계일보PDF>
세계일보 2014년 11월 28일자 4면 <朴대통령 측근 행세했던 ‘3인방’, 정씨 ‘정보원’ 노릇> 기사 <사진=세계일보PDF>

문건에는 “정(윤회)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청와대 관계자 10명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비서실장 인사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십상시 국정개입 농단’ 의혹으로 확산됐다.

이후 검찰 수사에 앞서 박 대통령이 해당 문건을 ‘찌라시’(여의도발 정보지)라고 규정했고 검찰은 문건 유출 혐의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은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함께 기소된 박관천 전 경장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조 전 비서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5년 1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에 적어놓은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살펴보다가 언론에 보도돼 곤혹을 치뤘다. ‘조윤회 문건’ 파동에 제3의 인물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뉴스웨이' 해당 보도 캡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5년 1월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수첩에 적어놓은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살펴보다가 언론에 보도돼 곤혹을 치뤘다. ‘조윤회 문건’ 파동에 제3의 인물 개입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출처='뉴스웨이' 해당 보도 캡처>

조 전 비서관의 영입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SNS에서도 의견이 쏟아지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응천, 더민주 입당. 앞으로 반박근혜전선에서 일대 활극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민주 의원은 트위터에 “정윤회 문건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저로서는 진실의 쓰나미를 마주하는 기분ᆢ좋네요. 기대됩니다”라고 밝혔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오늘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라는데 조응천 전 비서관의 제1야당 입당은 충격이겠네요”라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했지만 내부에서는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별도로 언급할 게 없다”며 대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에서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일을 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입당인사 전문

Ⅰ.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합니다.

‘대구 출신 現정부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黨’, ‘미래가 불확실한 黨’이라는 이유로 만류하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내는 정치 입문이 몰고 올 파장을 두려워하며 저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레테의 강”을 건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90년대 초 검사 임관 이래 법무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보, 변호사, 청와대 비서관까지 얕은 지식으로 법조에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파사현정(破邪顯正)’,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초심이 있었고, ‘부정’과 ‘불의’에 맞서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세우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최근 1년간 아내와 함께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자영업자들의 삶과 애환을 직접 겪기도 하였습니다.
Ⅱ.

저에게도 정치는 무시와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먹고서야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세상의 큰 변화와 발전은 정치를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절망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낼 수 있는 것도 정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정치가 아무리 욕을 먹어도 누군가는 그 진흙탕에 뛰어 들어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잘못된 권력을 바로세우고 국정을 바로세우고 나라를 바로가게 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희망을 일구고 싶습니다.

Ⅲ.

그동안 여당뿐 아니라 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수권(授權) 보다는 한줌도 안되는 당내 헤게모니에 골몰하는 사람들, 긍정보다는 부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에게서 안정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절박한 살림살이에 대한 공감도 없는 사람들, 암울한 경제 현실에 대한 해법도 없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야당은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입만 열면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외교․안보에 무능하다고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무기력한 야당 때문에 정작 국민들이 기댈 곳은 어디도 없었습니다.

사회전반의 정치 불신, 희망의 상실, 무기력의 원인 중 상당부분은 야당의 몫입니다. 강한 야당만이 강한 여당, 강한 정부, 그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야당은 바로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브레이크없는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처절한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새로 거듭나고,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부끄럽고 아픈 곳도 드러내며 “새로 태어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거듭 부탁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유일한 대안세력,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제가 살아온 일생을 모두 맡기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고 성공의 밀알이 되고자 합니다.

Ⅳ.

공자(孔子)께서는 ‘선비의 본무(本務)인 사회정의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없이 이쪽, 저쪽의 가운데에 서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사이비 지식인” 즉 “향원(鄕原)”이라고 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가운데가 아니라, 의로운 쪽에 서는 것이 옳은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중도(中道)입니다.

저는 그 中道에 서서 야당을 혁신하고,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미력이라도 보태겠습니다. 온당(穩當)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과감히 맞설 것입니다.

그리고 자영업자로 살면서 겪은 서민들의 아픔에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지겹도록 그리고 진심으로 저희 부부를 설득한 몇 분이 있습니다. 현실정치 참여를 주저하는 저와 혹시 제가 결심할까봐 두려워하는 아내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수없이 저희 식당을 찾아주셨습니다. 마지막 결정 과정에 저희 부부 마음을 움직인 말이 있었습니다.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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