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성 소설가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미쓰비시 군칸지마]
-진폐증의 목소리로

하시마섬端島은 미쓰비시 군칸지마
군함도
곧은 해안선 총길이 1천2백 미터
미쓰비시 군칸지마

조선인은 살아서 석탄이 되던
해저 7백 미터 수직갱
산 자의 지옥
죽은 자의 감옥
미쓰비시 군칸지마

하루 16시간 콩깨묵 주먹밥 두 덩이
눈알만 빼고 온통 시커먼 까마귀떼들
나는 내 목숨의 죄수
어머니, 배가 고파요
가막소는 천국, 막장도 천당
미쓰비시 군칸지마

해저 1천1백 미터
바다 밑 뜨거운 갱에서 죽은 조선인 1백3십4명이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
열 걸음에 한 번씩 파도는 조선 말로 중얼거리고
비좁은 갱도 엎드려 탄을 캐다보면
고향까지 갈까
미쓰비시 군칸지마

풀 한 포기 없는
콘크리이트 유령섬
제국주의의 폐허
군칸지마
나가사키 앞바다
제국의 유령이 파도를 헤치고 오는
저 미쓰비시 군칸지마
군칸지마
군칸지마

-미쓰비시 광업 하시마 탄광에서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800여 명 가운데 적어도 134명(500여 명 이상 사망, 부상 추정. 1930~1945)이 죽었다. 일본은 이 악명 높은 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원통한 혼령들을 지우는 반인륜적 망각행위일 뿐 아니라 근대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 기억의 부활을 국제적으로 합리화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