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시대의 부패 막는 유일한 소금”

4.16 이후 어느 새 6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사회는 진실과 정의에 관한 한 4월16일이다. 5월도, 9월도, 10월도 다 4월인 까닭이다. 지난 반년 동안 숱하게 확인했듯 4.16을 지켜내는 힘은 기억이다. 이 대중의 기억이 곧 역사다. 기억은 시대와 역사의 부패를 막는 유일한 소금이다. 압제자의 일방적 기록은 결코 참된 역사일 수 없다. 4.16에 대한 망각을 유도하는 이 압제의 힘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근거이자 내용 또한 알다시피 4.16이었다.

▲ 서해성(작가/성공회대 겸임교수)

기억 표류하는 곳에서 ‘세월호 진실 소멸할 것’

흔히 사람들은 팽목항과 안산과 광화문과 시청앞광장에서 땀을 흘린 결과가 무엇이냐고 묻곤 한다. 그 대답은 명료하다. 대중이 함께 흘린 그 거대한 눈물마저 없었다면 지금 세월호는 어디쯤을 표류하고 있겠는가. 맹골수도의 물살이 빠른가, 망각이 빠른가와 우리는 싸우고 있는 것이다. 기억이 표류하는 곳에서 4.16의 진실은 소멸하고 만다.

‘잊지 않겠다’던 맹세.. 모두들 어디로 갔나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우리 시대의 약속은 이 가을 어느 공원 벤치에서 낙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가. 모든 것에 실패한 그날 이후 산 자의 몫으로 남은 것은 기록과 기억이다. 영화 “다이빙 벨”은 이 약속을 지키고 망각을 요구하는 세력과 맞서 스크린으로 향한 시대의 기록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한낱 잠수종이라는 장비 이야기가 아니라 세월호의 진실에 근접하고자 하는 하나의 경로이자 이를 위해 방해와 장막을 헤쳐가는 한 언론인(이상호)의 땀과 눈물에 젖은 사투를 그리고 있다. 거듭 말해온 대로 그는 간명하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과연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인가..

과연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인가. 가까스로 상영된 부산영화제에서 권력이 촉발시킨 표현의 자유 문제는 무얼 말하고 있는가. 이 영화 한 편을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수구언론의 공세는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광화문 단식현장에 나타난 반인륜적 '폭식투쟁'과 한국 현대사를 피의 야만으로 점철시킨 서북청년단 운운하는 행태는 이와 무관할 것인가.

▲ ⓒ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스틸컷

다이빙 벨.. ‘진실의 침몰 막기 위한 슬픈 기록’

지금, 누가 망각을 요구하고 있는가. 영화 “다이빙 벨”은 여기에 대한 대답이다. 나는 기록할 것이고, 나는 망각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진실을 기어이 수면 위로 부상시키겠다는 권력을 향한 치열한 도전과정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단 한 생명도 구하지 못한 채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의 슬픈 기록이다. 동시에 슬픔과 분노야말로 진실이 침몰하지 않게 하는 유일한 정서적 토대라는 것을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성 운운하는 언론.. 과연 세월호 참사 공정했나

권력의 선전기관들은 이 영화의 공정성을 말삼곤 한다. 그렇다면 묻건대, 저 4월16일 아침, 304명의 죽음은 공정했는가. 그들은 한 날 한 시에 죽을 운명을 타고 났던가. 구출과정은 왜 여태껏 합리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하는가. 4.16에 관한 한 지금까지 단 한 가지라도 공정한 게 있었던가. 영화적 공정성이 문제라면 광주학살의 진실을 기록한 위르겐 힌츠페터는 학살자의 진실을 고려했어야 했나.

다이빙 벨.. 진실의 바다 향한 대중 염원 상징

고통당한 자 편에 서서 기록하는 것에 객관성을 들먹인다면 상식을 지키는 대부분 언론사의 뉴스는 폐기해야 한다. 애초부터 시장 방식의 선전기관으로 활동해온 몇몇 종편의 보도 행태는 또 어떤가. 이 영화는 세월호와 관련한 국가의 실패, 권력의 실패, 언론의 실패와 사망을 말하고 있는 작업이다. 다이빙 벨은 거기 존재하는 한 매개로써 캄캄한 진실의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자 하는 대중의 염원을 상징하는 구체이자 메타포다.

기억만이 승리 담보.. “4.16 기억 투쟁 이겨야”

세월호에서 우리 사회는 모든 점에서 실패했다. 현장 구출, 간접구출이랄 수 있는 언론, 제도적 구출 등에서 두루 그러하다. 이제 더 실패할 것은 없다. 1980년 5월 그 마지막 날, 광주는 도청 현장에서 전면적으로 패배했지만 한 가지만은 패배하지 않았다. 바로 기억이다. 5월이 기억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힌즈페터 등의 기록에 힘 입은 것이다. 역사에서 숱하게 보아왔듯 기억은 종국적 승리를 담보하는 주춧돌과도 같다. 이는 하물며 권력이나 한낱 야당 따위에 기댈 일이 아니다.

“기억하는 대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기억하는 대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세월호의 진실을 물 밑에서 떠오르게 하는 대중적 부력이 이것이다. 생명구조는 실패했지만 진실구조만은 성공해야 한다. 영화 “다이빙 벨”은 진실을 만천하에 기록하는 일로 본격적인 진실구조활동에 나선 것이다. 영화관람참여는 진실을 현재화하는 동력이다.

“다이빙 벨은 세월호 진실 밝히는 대중의 근육”

기억은 망각을 강요하는 세력을 쓰러뜨린다. 우리의 기억은 우리의 근육이다. 대중의 기억이야말로 역사를 전진시키는 대중의 근육이다. 그 근육의 이름이 오늘은 영화 “다이빙 벨”이다.

(☞ 서해성의 3분직설 43분 2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