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담뱃값 인상’ 논란을 바라보며

국민 건강 뒤 숨겨진 정부의 진짜 속내.. 결국 세금징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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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한국에서는 드디어 인상된 담배값 때문에 논란인 한참인 모양입니다. 담배의 해악에 대한 논란,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야 오래된 이야기고, 절대로 끝나지 않을 논쟁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담배값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어서 미국에 사는 저로서는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 됩니다.

우선 비교를 위해 굳이 이야기하자면, 제가 1990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담배 가격이 1달러 99센트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로 세금 논쟁이 여기서도 붙었고, 그러면서 담배 가격에 세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담배 가격 자체는 그다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각 주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흡연자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연구 결과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이 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결과는 대부분은 개인 단위로는 패소, 그러나 주정부 단위로는 승소 쪽으로 기울었고, 담배 회사들이 거액의 배상을 하는 경우도 왕왕 생겼습니다. 그런 것들은 담배값 자체의 인상요인이 됐지만, 그 뒤로 흡연자들을 더 힘들게 만든 건 매년 붙어가는 주정부 단위의 세금이었습니다.

지금 담배가격은 갑당 소매로는 거의 10달러 선까지 올랐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겁니다. 그래도 피울 사람은 피운다는 겁니다. 물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숫자도 크게 줄었습니다. 그것은 담배 가격이 올라서 그렇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의 제약이 커진 것이 담배 소비가 줄어든 직접적인 이유였습니다.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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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전체에서 공공건물 입구에서 30피트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술집에서조차 실내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막는 조치를 격론 끝에 입법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주하는 워싱턴 주에서는 실내 흡연이 허가되는 곳은 주정부 법은 물론 연방정부 법으로도 제약을 받지 않는 인디언 보호 구역 내의 카지노 정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나 바로 옆의 아이다호주, 오리건주로 건너갈 일이 있으면 담배를 사가지고 옵니다. 워싱턴주의 경계선에 사는 흡연자들은 아주 급할 때가 아니라면 아마 바로 옆 동네로 쇼핑갈 일이 있을 때 담배를 사 가지고 옵니다. 이렇다보니 주 세수엔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인디언 보호구역 내에서 파는 면세담배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한 가지 나은 점이 있다면, 담배세 인상으로 인한 세금 사용 내역을 완전히 투명할 정도로 공개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주정부 웹사이트에 가면 세금이 어떤 식으로 얼마가 쓰였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사용 내역을 정했는지가 낱낱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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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런 일련의 현상을 대입해 본다면, 한국에서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담배세 인상이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 것인가가 대략 예측 가능합니다. 면세담배의 불법판매량이 증가될 것이고, 해외여행 시 담배구매를 위해 가족들 중 비흡연자들 몫으로도 열심히 담배들을 사서 들여올 것이고, 전자담배로의 전환도 늘어날 겁니다.

즉, 세수 증대 효과는 정부가 예측했던 것보다는 훨씬 적을 겁니다. 게다가 절연,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 글쎄요. 제가 이곳에서 겪어본 바에 의하면 담배값의 인상은 결국 기름값의 인상과 같은 것이어서, 초기에만 충격이 크지 점점 거기에 익숙해져 가는 사람들도 늘 겁니다.

사실 한국의 이 이상한 담배값 인상은, 담배갑에 그려진 금연 홍보 그림이나 문구를 축소하는데서 그 진짜 목적이 극대화되어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이러면서도 국민들의 금연을 유도하고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표면적이 목표가 진짜인지에 대해 당연히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겁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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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심은 ‘간접세를 증세해 모자라는 세수를 채우는 것’에 있다고 할 겁니다. 이번에 이런 식으로 걷히는 세수에 대해 그 쓰임새를 완벽하게, 청렴하게(사실은 다른 모든 세금들에 대해서도) 공개하라고 하면 이들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사실 모든 핵심이 있는 것입니다. 건강 복지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일반 세수로서 담배값 인상분을 쓰겠다는 것은 이미 담배에 특소세를 붙이는 데서부터 다 드러나 있습니다. 그저 교수신문에서 지적했던 대로 지록위마인 셈이지요.

국민들 중에서 제일 없는 사람들이 세금의 원천이 되고, 정당한 1차 분배, 즉 고용을 통한 임금지급으로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은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어렵다고 징징대고 있습니다. 총수들이 잡혀 있으니 풀어줘야 투자가 된다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위헌의 소지가 분명한 주장들을 하고 있죠.

또 보수언론들은 이를 받아서 대대적으로 언론을 끌고 가고, 법인세를 올려 세수를 늘이겠다 하면 반발하고, 부자 증세를 이야기하면 빨갱이가 되어 버리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왜곡의 쉴드를 통해 정상적으로까지 비쳐지는 사회의 굴절된 자화상. 담배값 인상이라는 그림에서 봐야 할 핵심은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국민리포터 ‘권종상’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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