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민간잠수사 ‘비밀유지 각서’ 내용 바꿔 국회 제출

‘영업비밀’ ‘언론 인터뷰 금지’ 내용 빼고 사고 책임은 떠넘겨

민간 잠수사에게 비밀 유지 각서를 쓰도록 한 해양경찰이 실제 국회에는 원본과 다른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JTBC는 비밀유지 의무 위반시 책임 문제가 상세히 명시돼 있는 서약서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23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경이 지난 7월 2일경 국회에 제출한 서약서에는 기존 서약서 내용 중 다수가 변경됐다.

민간잠수사가 서명한 서약서 원본에는 비밀유지 의무와 관련해 6가지 사안의 준수 사항과 이를 어길시 민형사상을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한 서약서에는 2가지 내용의 준수사항만 담겨있다.

원본에는 “본 수색 및 구조 수행과정에서 알 수 있는 해양경찰의 영업비밀을 유지하고 회사 밖은 물론 해양경찰의 직원이라고 하여도 수색 및 구조에 관여하지 않는 자에 대해서는 공개 또는 누설하지 않을 것”, “수색 및 구조가 완료된 경우 및 본인이 본 수색 및 구조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시점에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영업 비밀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즉시 해양경찰에 향후 5년 동안 비밀을 유지할 것”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그러나 해경이 국회에 제출한 서약서에는 “본 수색 및 구조가 완료된 경우 및 본인이 본 수색 및 구조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 그때까지 본인이 취득한 사실을 공개 또는 누설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만 나와있다.

또한 원본에는 ‘해양경찰의 영업비밀’이라는 표현이 네 차례에 걸쳐 나오지만 해경이 국회에 제출한 서약서에는 이러한 표현이 전부 빠졌다.

더불어 원본에는 “수색 및 구조 진행 관련 내용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금지하며, 필요 시 반드시 사전에 해양경찰의 허락을 득하여 진행할 것”이라고 명시됐지만, 국회 제출 서약서에는 “본 수색 및 구조 과정에서 취득한 사실을 언론이나 구조에 관여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공개 또는 누설하지 않을 것”이라고만 적었다.

지난 6월 11일  방송 캡처
지난 6월 11일 방송 캡처

원본에 없던 내용이 국회 제출 서약서에 추가된 경우도 있다. 국회 제출 서약서에는 “본인은 수색 및 구조를 위하여 현장 투입 전에 의사의 사전 신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 또는 수색 작업 도중 이와 같은 판정이 있을시 해양경찰의 직권으로 업무수행을 중단, 귀가 조치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고 명시했다.

반면 원본 서약서에는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를 기하며 만일 이를 위반하여 불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당시 정부가 민간 잠수사에 일방적으로 안전사고 책임을 전가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은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서약서 내용에 대해 ‘해양경찰의 무능과 알 수 없는 이해관계 등의 외부유출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성된 서약서가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원본과 다른 내용의 서약서를 국회에 제출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해경이 국회에 제출한 서약서에는 원본이 공개된 후 비난을 받던 조항이 사라지거나 변경된 경우가 대다수여서 “해양경찰이 비판을 받는 지점에 대해 유리하게 바꾼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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