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권종상'블로그

아이들이 방학을 맞으니 이런저런 행사가 꽤 있지만, 음악을 취미로 하는 아이들이다보니 여기에 관련된 행사들도 꽤 많습니다. 얼마 전에 아이들의 콘서트가 있었는데, 제가 가 보지 못하고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 왔습니다. 제목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 음악회’였는데, 기분이 여러가지로 착잡했습니다.

집단 치유를 받았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처음으로 등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던 탓일까요. 뒤늦게 이 사진을 올리려니 마음이 짠합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등교길에 학생들을 기다렸다는 학부모들의 눈물은 얼마나 또 생존학생들을 아프게 했을까요. 생존 학생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안타깝게 떠난 아이들이 내 큰 아이 또래이기에 더 그랬을 것입니다.

여기서 열린 음악회 후기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세월호 이야기를 한번 더 꺼냄으로서 이것을 잊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로 심정이 착잡합니다. 이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 만큼,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하고 이를 고치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go발뉴스'

친일 발언 논쟁을 낳으며 대한민국 수구 세력의 민낯을 보여 주었던 문창극 총리 후보는 자진사퇴했지만, 각료라고 새로 구성을 한 사람들의 면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제자 논문 도둑질은 기본이고, 검사 시절 따지도 않은 맥주병으로 기자의 머리를 내리친 사람, 연구비로 받은 돈을 아내 생일 선물이라고 준 사람, 음주운전 검사에 “식구끼리 왜 이래”라는 막말을 한 아나운서 출신. 어쩌면 그렇게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까발기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저게 대한민국의 지금 모습이구나, 하고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그래도, 이렇게 세상 어디에 있든, 세월호를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겠다는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하든 세월호 사건을 잊게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설사 세월호라는 사건이 물론 잊혀질 수도 없고, 잊혀지면 안 되는 사건이지만 잊혀진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지금의 현실이라는 본질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능력 없는 리더십, 자신의 권력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 그리고 말 그대로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그런 사회..대한민국의 현실은 선진국이 되기에 요원합니다.

이른바 책임지려고 하는 선장이 없는 배. 세월호와 대한민국은 그 점에서 꼭 닮았습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하기에, 세월호의 참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잊혀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 너무나 아름답고 밝은, 채 피어나지 못했던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래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실과 여기서 파생되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이 정권이 말하는 개혁은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게 없다면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사기이고 빈말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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