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시민들 외침.. “국민 힘 모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해야”
세월호 참사 67일째인 21일 1000여명의 시민들은 빗속에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을 들었다.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시민대회’가 열렸다. 집회가 시작될 무렵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점점 강해졌지만 참가자들은 ‘천만서명 함께하자’, ‘진실을 밝히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책회의는 이날도 집회에 앞서 서울 시내 10여 곳과 대전, 부산 등 전국 20여 개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이날까지 총 130만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는 이누리(15) 씨는 “서명운동을 하던 중 놀란 것은 아이들 모두 세월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었다며 “선장의 잘못 외엔 어떠한 사실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화를 낼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들과 자기 나라의 언론조차 믿지 못하게 만든 이 사회의 잘못”이라며 “이런 사회에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사회를 바꾸기 위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이은주 정책실장은 “서울지하철노조는 가족대책위원회와 함께 천만인 서명과 선전전을 오늘부터 서울지역 주요역사에서 시작했으며, 지하철 전 역사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역사 대자보도 부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참사의 분노를 모아 참여하고 설득하고 연대하는 길에 저희 지하철 노동자들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서는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듦에 따라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유병언을 잡겠다고 난리법석을 떨며 전 국가가 동원되는 캠페인 속에서 정말로 책임자를 찾아내고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실종되고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며 “마치 세월호가 침몰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인원을 총동원해 아이들을 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던 것이 재현되는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 야단법석 속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듯이 지금 진상규명을 위한 골든타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고의 진상조사와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을 위해 국민의 힘을 모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책회의가 모은 서명용지를 전달받으러 올라간 단원고 2학년 故 한고은 학생의 어머니는 유가족을 대표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그가 “대학교에 다니고, 꿈도 이루고 행복한 가정도 이루며 살아야 할 너희들의 모든 미래의 시간들을 통째로 빼앗아 간 대한민국 정부와 현실이 원통하고 원망스럽다”며 “너희들의 억울함은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꼭 풀어줄 테니 걱정 말고 편히 쉬라”며 흐느끼자 10여 명의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집회 이후 예정됐던 도심 거리 행진은 우천으로 취소됐다. 대책회의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장소에서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행동을 이어나가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집회 시작 전인 5시에는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음악인들의 ‘세월호 추모 게릴라 음악회’가 열렸다. 150여 명의 음악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멋진 합주를 선보였다. 한 참가자는 “음악인 몇 명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음악회를 제안했고, 페이스북 ‘세월호 게릴라 음악인’ 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아 총 150여명의 음악인들이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