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가자 “청와대로 가자” 행진.. 경찰과 대치 30여명 연행
세월호 참사 39일째인 24일, 남은 16명의 실종자를 찾는 간절한 외침이 청계광장에 울려 퍼졌다.
24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62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세월호참사 2차 범국민촛불 행동:천만의 약속’ 집회가 3만 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부제인 ‘천만의 약속’은 진상규명을 위해 천만인 서명을 호소한 세월호 가족들의 뜻과 함께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참석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 중 50만 개를 전달받았다.
유경근 세월호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아직까지도 왜 이 자리에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아무리 되돌아봐도 티끌만큼도 잘못한 게 없는데 제 아이는 제 앞에 없고 저는 이 자리에 있다”며 “아직도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월호처럼 침몰하는 순간에 서있다. 대한민국을 소생시켜야겠다. 그래서 저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주시고 잊지말아주시고 함께 하신다는 뜻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발언을 마친 유 씨는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하고 내려가야겠다”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진도에 내려갈 때마다 12시가 되면 바닷가에 가서 아이들 이름을 부른다. 희안하게도 모든 가족들이 모여서 이름을 부르면 그 다음날 아이가 나오더라”며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서 아직 찾지못한 실종자들의 이름을 같이 불러주면 오늘 당장이라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불러달라”며 한 명씩 실종자들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 유 씨를 따라 이름을 부르던 집회 참가자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생존학생 가족대표 장동원 씨는 “친구들을 잃었다는 아픔만으로 살아도라온 아이들도 고통받고 있다”며 “먼저 간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날 총파업을 결의한 KBS 언론노조 권오훈 본부장은 “공영방송 KBS가 사고 초기 제대로 보도했더라면, 권력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했더라면 꽃다운 희생이 없었을 것이다. 죄송하다”며 “부끄럽지만 다시 시작한다. 다음주 수요일까지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놓고 거리로 나오겠다”고 밝혔다.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는 관피아, 비정규직, 규제완화 등 여러 문제요인이 있었다”며 “이제 양대노총이 나서 사회공공성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7시 30분께부터는 보신각, 탈골공원4거리, 퇴계로2가 교차로를 돌아 세월호 시민하동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실종자를 찾아내라”, “진상을 규명하라”, “대통령도 조사하라”, “규제완화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로를 이탈해 청와대로 향하려던 참가자들과 경찰과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종로구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 2시간 넘는 대치상황 끝에 1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3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된 참가자 중에는 민주노총 유기수 사무총장,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행됐던 고등학생 참가자는 귀가조치 됐다.
한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우선 서명 백만 개를 목표로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인다. 범국민 서명페이지(sign.sewolho416.org)를 통해 참여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