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뒤덮은 노란 물결.. “잊지 말아주세요”
“천사 같은 내 아들아 너무 고맙다. 네가 내 아들이 되어줘서 그리고 앞으로 평생 엄마를 2학년 4반 7번 김동혁의 엄마로 살게 해줘서 너무 감사해. 동혁아,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힘을 내줄래? 마지막까지 친구들 어떤 모습으로든 엄마 아빠에게 돌아올 수 있게 너희들이 도와줘”
10일 저녁 6시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문화광장에 2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을 들었다. 기울어진 배 안에서 ‘엄마아빠 사랑해요, 내 동생 어떡하지?’라며 마지막 영상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단원고 2학년 김동혁 군의 엄마가 힘들게 무대에 올라 “아들이 그랬듯이 저도 사랑한다고 하고 싶어 용기 내 올라왔다”고 말해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집회에는 작년 7월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의 축소판”이라며 “철저한 사고의 진상규명과 민·관·군·경 유착비리를 한 점 의혹이 없는 수사가 되도록 희생자 편에 서 모든 국민들이 끝까지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들은 또 “희생자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해병대 캠프 유가족들은 앞서 3차례에 걸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아픔을 공유했다. 또 이들은 해병대 캠프 참사 이후 150일 동안 재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잊혀진 것은 태안 해병대 캠프만이 아니다. 세월호에도 아직 30여 명의 실종자들이 남아있지만 벌써부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하고 ‘잊지 않겠다’고 구호를 외쳤다.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또 한두 달 지나고 월드컵, 정치놀음에 미쳐서 언제 세월호가 있었는지, 얼마나 울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바보 같은 국민이 될 것이냐”며 “이제 깨어나 돈이면 모든게 다 되는 그런 경제체제에 거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범국민대책기구를 만드려고 한다”며 “이 범국민대책기구는 실종자의 완벽한 수색·추모 분위기 확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무책임한 정부 추궁, 안전한 사회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국민대책기구는 11일 최종 논의를 거쳐 13일께 정식으로 구성된다.
인터넷 카페 ‘엄마들의 노란 손수건’ 회원들은 “왜 사고가 끔찍한 참극으로 변해버렸는지 정부는 대답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고 오리발 내밀고 조작, 은폐, 막말하고 끝까지 그렇게 나오겠다면 우리 국민들이 책임지겠다. 무능하고 거짓말하는 정부는 필요없다”고 성토했다.
생전 가수가 꿈이었던 故이보미 양이 부른 ‘거위의 꿈’이 나오자 많은 시민들이 눈물을 훔쳤다. 노래에 맞춰 시민합창단과 이 양의 언니가 함께 부른 ‘거위의 꿈’이 광장에 울려퍼졌다. 일부 시민들은 ‘잊지 않을게’, ‘진상규명’ 등이 적힌 플래카드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8시 20분께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촛불과 플래카드를 들고 지하철 4호선 중앙역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는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오후 3시 안산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는 안산시민사회연대가 준비한 ‘노란리본 잇기’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단원고를 돌아 안산문화광장까지 행진했다.
단원고 정문 앞에는 먼저 다녀간 이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남긴 편지와 선물이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걸음을 멈춰 이들인 남긴 편지와 글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아이와 함께 나온 단원구 주민 최혜원 씨는 “이런 사건이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나지 말란 보장도 없다”며 “끝까지 잊지 않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절대 잊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천에서 온 장현주 씨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의 사과와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행사는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 청계광장에서 오후 5시 열린 국민촛불에서는 5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민주회복을 기원하며 촛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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