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뉴스에 대한 해명 요구”.. 내부 반발 확산
KBS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 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SBS가 해당 동영상을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SBS 정치부 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후보자를 지명한 10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이라는 등 문제 발언의 담긴 동영상을 입수해 저녁 7시 경 데스크에 보고했다. 그러나 보도국 간부들은 “교회 연설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고 보고 시점이 늦어 리포트 제작 시간이 촉박하니 더 꼼꼼히 취재하자”고 말했다.
다음날 기자들은 문창극 후보자가 강연을 했던 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문제가 될 만한 발언들을 수집하고 칼럼 내용 등을 모아 다시 보고했지만, 11일 SBS 8시뉴스에는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한 시간 뒤인 KBS 9시뉴스에서 문 후보의 발언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이에 따라 SBS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일 저녁 SBS 사내 인트라넷에는 기수별 성명서가 올라왔다. 18기 기자들은 ‘사라진 뉴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대통령이 문창극 씨를 총리로 내정했다. 우리가 철저한 검증으로 언론 본연의 사명을 지킬 것이라 믿었다”며 “그런데 경쟁사가 톱뉴스로 길게 가져간 사안이 우리 뉴스에서 사라졌다”고 성토했다.
17기 기자들도 성명을 통해 “일국의 총리후보자가 자국의 역사와 민족성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으로서 또 시민의 알권리에 봉사하는 기자로서 마땅히 보도했어야 할 사안”이라며 “그러나 취재와 기사작성까지 완료된 시점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사가 누락됐다. 문창극 발언 기사가 누락된 것은 언론사로서 SBS가, 기자로서 우리가 권력 감시라는 본령을 다 할 수 있는가와 닿아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도 13일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총리 후보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중요한 기사가 SBS에서 이유도 모른 채 이틀 동안이나 묻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뼈저린 자기비판과 더 피나는 취재와 보도를 위한 노력만이 SBS를 되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노사 양측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누가 어떤 경로로 건전한 취재와 정당한 논의 과정을 틀어막았는지 사측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기사가 방송되지 못한 것이 외압인지, 자기검열인지 그 이유를 반드시 밝혀 낼 것이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제시할 것을 사측에 최고 수준으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SBS 윤세영 명예회장과 정승민 정치부장이 문 후보자와 고등학교 동문이고, 성희용 국장이 중앙일보 출신이어서 보도가 누락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SBS측의 공식해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