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이후 시사프로의 붕괴 ‘현재진행형’…네티즌 “KBS‧MBC와 다를게 뭐냐”
SBS가 최근 연예병사 실태를 고발한 자사 심층보도 프로그램인 <현장21>제작 인력을 감축했다. SBS측은 <8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MB정권 이후 시사 프로그램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SBS마저 언론견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BS는 지난 1일, 기자 30여명의 담당 부서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주 ‘연예병사 실태’를 특종 보도한 취재기자를 비롯해 <현장21> 소속기자 4명을 <8뉴스>로 옮겨 <현장21>의 소속 기자는 13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인력 감축에 따라 현재 1시간 3꼭지로 구성된 포맷이 1시간 2꼭지로 바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SBS의 유일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승이 SBS 노조 공방위원장은 <미디어스>에 “지난주 특종 보도로 프로그램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4명을 감원하는 결과가 나오니 아쉽다”며 “앞으로 <현장21>의 지속성이나 완성도에 영향을 줄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현장21>팀의 한 기자는 “탐사보도에서는 얼마나 인력을 투입해 오랜 기간 집중적인 취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전체 인력의 30%를 줄이고 특히 오랜 기간 취재해서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든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은 결국 <현장21>의 힘을 빼려는 조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 이후 시사 프로그램이 붕괴되는 과정을 겪어 왔고 그 흐름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언론 스스로 정권을 찬양하는 보도 행태를 갖는 것과 맞물려 시사 프로그램의 약화가 심화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사 프로그램은 정권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들추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결국 언론의 비판기능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SBS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네티즌들은 여전히 ‘현장21’ 외압설을 제기하며 사회고발프로그램 ‘폐지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네티즌 ‘유**’은 <현장21>시청자 게시판에 “지금 이런 식의 조치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엔 국방부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담당 기자는 왜 갑자기 인사이동이 있었는지 참 신기하군요”라면서 “제대로 보도하면 바보 되고...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언론은 국민을 대변하는 것인데 그런 대변은 PD나 제작진들만 하고 높으신 분들은 안 그런거 같군요”라고 일침을 날렸다.
또 다른 네티즌 ‘김**’은 “외압과 보복성 인사발령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SBS에 질문합니다! ‘현장21’ 10월 폐지 확실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밖에도 해당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예사병 화려한 외출편 때문에 폐지설이 나돌고 있는데 이런 사회고발프로그램은 장수해야합니다”(안**), “누가 봐도 외압 느낌이 팍팍드는구만...대한민국 정말 파이팅이다~ㅉㅉㅉ”(송**), “취재기자 인사조치가 그야말로 오비이락 일세.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외압설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지요”(최**), “외압이라면 우리나라 연예계의 숨은 힘이 너무 큰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인사이동이 외압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시기가 안 좋습니다”(최**), “그나마 SBS에서는 제대로 된 기자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사이동에 프로그램폐지라니, 다른 방송사와 다른 게 뭡니까?”라는 등의 SBS의 조치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앞서 SBS는 지난 5월, <8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기자들을 더 투입시키기 위해 <현장21>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8시로 옮겨온 MBC<뉴스데스크>와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8뉴스>전담 기자를 늘려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