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대가 변했다” 대학가요제 폐지

인디밴드 “젊은이들 문화 침해”…네티즌 “시대가 아니라 MBC가 변해”

지난 36년간 당대의 청년 문화를 담아냈던 <MBC> ‘대학가요제’의 폐지가 결정됐다. MBC 측은 시청률 저조와 인기 하락을 폐지 이유로 내세웠다.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결정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MBC>측은 지난해 35회 대학가요제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폐지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미<MBC>는 지난해 말 폐지를 결정하고 대학가요제의 올해 예산을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1977년 시작된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들의 음악 축제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80~90년대 스타 탄생의 등용문 역할을 해오며 배철수, 김동률, 신해철, 노사연, 임백천 등 당대 최고의 프로 가수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중음악시장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대학가요제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게다가 최근 열풍이 분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학가요제가 가졌던 프로 가수 ‘등용문’ 기능을 쇠퇴시키는 데 한 몫 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음악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자연스럽게 가야되는 순리라고 설명했다. 과거 가수 배출의 큰 역할을 했던 대학가요제 시절에는 본인이 음반을 제작해 내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누구든지 쉽게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평론가는 ‘go발뉴스’에 “오래 버텨온 게 신기할 정도다. 대학가요제를 하는 것도 일반 대중은 잘 모른다”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효용가치에서 (대학가요제가) 영양가가 없어진 지 오래다. 폐지가 아쉽지만 오래 버텨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영방송’으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예인이 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대학가요제는 당대 청년문화를 담아낸다는 특징이 있어 성격이 다른 프로그램들이다”며 “아무리 대학가요제가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공영방송이라면 역사성과 전통이 있는 프로그램을 지켜줬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하 평론가는 “인기가 없어진다면 프로그램을 다 없애 버려야 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예능과 드라마만 남기고 다 없애야 되는데 방송사 입장에서는 인기와 상관없이 지켜줘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무조건 폐지는 아쉬운 결정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진행됐었던 대학가요제 ⓒ'MBC'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진행됐었던 대학가요제 ⓒ'MBC'

올해 대학가요제 개최를 기다려온 인디밴드들은 대중음악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제한한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한 인디밴드의 베이시스트는 ‘go발뉴스’에 “대학가요제는 스타양성을 위한 목적보다 청년들의 문화나 생각이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축제”라며 “전통 있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은 그만큼 젊은이들의 문화가 침해 당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디밴드 보컬은 “시청률과 인기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만큼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성과 가능성에 선을 그어 버리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축제와 기회를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상에서도 대학가요제 폐지가 실시간 검색어로 오르는 등 화제가 되었다. 폐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시대의 흐름’을 폐지 이유로 밝힌 MBC에 대해 비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유**)은 “시대가 변했다기 보다는 MBC가 변했다가 맞는 표현”이라며 “시청률과 타협하고 트랜드를 쫓기만 하고 새로운 것으로 진화시키기보다 폐지만 시키는 MBC”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없애고 대학가요제 유지시키는 게 나은데”(다**), “방송사가 종편으로 변했는데 시청률 안 나오면 폐지하겠지. 그저 전통도 없는 시청률에만 목매는 방송사”(goo******), “밴드동아리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별로 없는데 다른 형태로 바꿔서 계속 유지하면 안 되나”(서**), “MBC가 시대를 말하네. MBC는 70년대에 있는 줄 알긴 하나”(ll**) 등 전통있는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비난 반응을 보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