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책상머리 사과에 ‘위문 없는 조문’

국민행복 외치던 박근혜.. 지금 대한민국은 ‘통곡의 땅’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적게는 1시간 20분 많게는 72시간. 배 안에 있는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정부의 구조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밝은 10대, 간간히 “무서워” “죽는 거야”

간혹 아빠 엄마 말 안 듣고 투정을 부렸을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밝고 착한 10대였습니다. 지상으로 보낸 마지막 편지인 동영상에는 순진무구하게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간히 “무서워” “죽는 것 아냐”라는 탄식도 섞여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 무능하고 한심한 정부에 의해 어두운 바다 한 복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통곡할 수밖에요. 내 아들 딸 같은 저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며 숨을 거뒀을 것 아닙니까. 마지막 순간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아! 가슴이 너무 아립니다.

야간자습하고 돌아오는 고3 딸.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살아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아빠가 너를 내 품에 안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울먹였습니다. 잠시 어색해 하던 딸이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흐느끼더군요.

뒤 따라 귀가한 고1 아들. 마지막 동영상에 비친 얘들 모습이 내 아들 같아 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아들이 아빠를 위로합니다. “저 아이들 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국민행복 외치더니 대한민국은 통곡의 땅

국민행복을 외치며 뭔가 대단한 일 할 것처럼 머리를 곧추던 대통령은 취임 14개월 만에 대한민국을 통곡의 땅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 말대로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근데 사고가 난 이후에 충분히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이 됐음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모든 귀중한 시간들을 다 흘려보냈어요. 또 (구조작업 등을) 재촉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내 권한 아니다, 나는 결정 못 한다'며 시간 버렸습니다. 구조작업을 하지도 않으면서 거짓말하고. 이거는 글쎄요, 정말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구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답니다. 우왕좌왕 그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답니다. 누구의 권한, 누구의 소관을 따지는 동안 아이들이 죽어 갔답니다.

해경과 안행부가 거짓말로 한 시간 두 시간, 하루 이틀 넘기는 동안 내 아들 딸 같은 저 아이들은 죽음의 문턱을 넘고 말았습니다.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대형 참사가 발생나면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이 있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겁니다.

‘비공개 책상머리 사과’, 듣도 보지도 못한 초유의 방식

하지만 ‘독재정권의 공주'였던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사고 2주가 지나서야 ‘사죄’라는 말을 입에 올렸습니다. 그것도 비공개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였습니다. 5천만 국민은 어디 두고 장관들 앞에서 사과를 한단 말입니까.

앉아서 했습니다. 정중한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단정한 차림으로 일어서서 허리를 굽히는 일반적 예의조차 갖추지 않았습니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수장이 ‘책상머리 사과’를 한 겁니다.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요.

단원고 유가족들이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하자 청와대 대변인은 “굉장히 유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감이라니요.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을 유감이라고 합니다. 유족이 한 말이 못마땅해 섭섭한 느낌이 든단 말입니까?

청와대 대변인 “굉장히 유감”, 몰래 찾은 분향소

대통령의 입놀림에 숨을 죽이는 국무위원들에 둘러싸여 한 사과입니다. ‘비공개 책상머리 사과’를 어떻게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잘못을 뉘우칠 때 하는 게 사과입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잘못을 범했는지, 그 잘못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를 밝히는 게 온전한 사과입니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는 이런 게 모두 빠져있습니다.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는 모습 또한 가관입니다.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그 뜻을 드러내 상주를 위문’하는 게 조문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유족에게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은 채 이른 시각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대부분 유족들은 대통령이 다녀간 뒤 몇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유족을 위문하지도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경호원의 안내에 따라 뒤를 졸졸 따라오던 할머니의 손을 잡자, 언론은 이것을 유족을 위문하는 장면인 양 보도했습니다.

일반조문객을 유가족으로, 연출까지 하다니

하지만 유가족 대표들은 “그 할머니는 유가족이 아니라 일반 조문객이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조문객을 유가족으로 보이도록 연출한 겁니다. 대통령의 출현을 알아차린 몇몇 유가족들은 “여기까지 와서 유족들 만나 사과 한마디 안할 수 있느냐”고 소리쳤습니다. 조문을 와서까지 사과의 말을 극도로 아낀 대통령. 분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 조화가 유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분향소 밖으로 꺼내졌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대통령을 마음에서 지웠을 겁니다.  아들과 딸의 방문을 열고 잠자는 모습을 봅니다. 왈칵 또 눈물이 나오는군요. 속으로 말했습니다. “단원고 학생들과 너희들 모두에게 미안하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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