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존재 의문
언론자유는 퇴행시키고 구조작업은 민영화시킨 정부, 우리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월호 침몰사건에서는 사고 자체만큼이나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언론이 정확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것'과 '구조작업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와 관련된 뉴스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와중에, 바로 어제 주목할 만한 기사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의 '보도통제' 문건에 관한 <미디어오늘>의 보도였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 시신발견 조작에 관한 <JTBC>의 보도였다. 워낙 엄중한 사안이라 모두가 이 뉴스에 좀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다른 언론들을 통해서도 아마 한동안 후속보도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독재국가에나 있을 법한 보도통제 문건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 부처가 전방위로 언론의 세월호 관련 의혹을 통제하고 방송사를 조정통제하는 등 사실상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황이 담긴 정부 내부 문건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방송사 인허가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를 '조정통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사업자에게 '삭제'를 신고하는 등 전방위로 세월호 관련 보도와 의혹제기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 기사 원문 보기: 박근혜 정부, 세월호 ‘보도통제’ 문건 만들었다)
이 기사를 보면, 방통위는 경찰청·해경 등이 참여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서 '여론 환기'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방심위와 함께 언론과 시민들의 의혹제기를 강력하게 규제·통제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지금 '어용언론'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나올 법한 보도통제 계획이 실제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다. 과연 이 나라가 21세기의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맞긴 한가?
무정부 상태에서나 있을 법한 시체팔이 행태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 세월호 구조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설업체 '언딘'이 첫 시신발견 상황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언딘이 청해진해운과는 인양 계약을 맺고 해경과는 구조 계약을 맺었다는 '이중 계약' 보도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언딘으로 인한 수색지연 문제까지 드러났다. 해경과 언딘 사이의 유착과 특혜 의혹은 앞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서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JTBC 뉴스 원문 보기: 첫 시신 발견 "언딘이 한 것으로…" 인양 조작했나)
관련 뉴스를 보면, 이제까지 정부에서 내세웠던 '민·관·군 합동 구조'가 실제로는 '해경+해군+언딘'이었다는 것이다. 흔히 생각하는 자원봉사 민간잠수부들이 참여한 게 아니라 돈을 받은 사설업체가 주도적으로 구조작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시신발견 조작과 수색지연까지 발생했다. 그리고 언딘의 대표는 해양경찰청 내의 법정단체인 '해양구조협회' 부총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권의 구조작업 민영화와 언론자유 퇴행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을 본 국민들이 한결같이 '내 목숨이 위험해졌을 때, 이 나라는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구나'라고 말한다.
왜냐 하면 우리 모두가 방송을 통해 지켜봤듯이 세월호가 사고신고 이후 완전히 침몰될 때까지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의 구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제 구조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한국 정부와 언론에서 말하는 '구조자'는 엄밀히 말해서 '탈출자'에 가깝다).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 나라가 무정부 상태가 되거나 독재국가가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해양경찰청은 자신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설업체에 구조작업을 맡기며 주도권을 넘겨버렸고(서해훼리호 사건 때는 군경 합동구조팀이 국가 책임하에 구조작업을 주도했다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 통제에 골몰한다.
민주주의 국가는 언론자유를 퇴행시켜서도 안 되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민영화해서도 안 된다. 국가와 계약한 사설업체 때문에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국가의 통제를 받는 언론 때문에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다면, 이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
그리고 사고와 직접적 관련도 없는 정부 각 부처의 트위터는 '화요일 밤 9시'에 비슷한 내용의 트윗('민간인 다이버 참여기회 제한'은 다수 언론을 통해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다)을 거의 동시에 날리기까지 했는데,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런 지시가 내려졌는지도 의문이다. 허위사실 유포자 처벌은 홍가혜 씨 같은 민간인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인가?
또, 사고업체인 청해진해운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인 해양경찰청과도 계약했다는 사설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에 대해서도 수많은 의혹이 일고 있다. 천안함 사건 당시 안타까운 침몰사고를 당했던 금양호 유족은 당시 당국이 수색 및 인양 업체로 선정했던 언딘에 대해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언딘의 수색·구조작업도 신통치 않았다. 이씨는 "언론에서는 2박3일을 수색을 했다고 보도됐지만 나중에 언딘 팀장 브리핑을 들으니 첫날은 다이빙벨을 내렸는데 선이 짧아서 못 하고, 둘째날은 가이드라인 설치하고, 셋째날은 30분 수색을 했다는 거다. 그것도 부유물 때문에 선실은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2박3일을 수색을 했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좀 더 조사가 이뤄져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바로 이런 게 '시체팔이' 아닌가? 지금 세월호 침몰 사건의 수색 작업도 언딘이 주도하고 있는데, 금양호 유족이 말한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 국민리포터 ‘Arthur Jung’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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