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웃을 수 없는 세상 만들어 놓고 웃음 강요.. 폭력”
전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비통해하고 있는 가운데 KBS 보도국의 한 간부가 ‘지나치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KBS 뉴스 앵커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지난 월요일 여성 앵커가 검은색 옷을 입은 것을 보고 담당부서에 “앵커들이 칙칙한 검은색 정장을 입는 것을 자제시키라”고 말했다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전했다.
이에 KBS본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청와대와 대통령만 바라보는 철저히 권력지향적인 보도 행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감 능력의 결여와 맞닿아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KBS 측은 “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검은 옷을 지양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지나치게 추모분위기로 가면 오히려 국민들의 우울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KBS는 지난 27일 세월호 사고 관련 추모 방송을 모금방송 형태로 진행하려다 아직 실종자 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책임소재도 가려지지 않았다는 내부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 KBS가 뉴스에서 지나친 국민적 추모분위기 조성을 경계한다며 뉴스 앵커 의상에 개입해 굳이 ‘검은 옷을 입지 말라’며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김 보도국장의 발언인 알려지자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histopian) “이런 지시가 통하는 시대에는, 내 감정조차 내 감정이 이닙니다. 권력과 언론의 농간에 조종당하는 감정입니다”라며 “독재시대에, 권력과 언론은 ‘명랑’과 ‘스마일’을 권장했습니다. ‘명랑사회 건설’, ‘명랑운동회’. ‘스마일운동’ 같은 구호와 프로그램, 캠페인들이 난무했죠. 웃을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억지로 웃으라 강요하는 건, 감정에 대한 폭력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앵커가 검은 옷을 입으면 추모 분위기가 지나치게 조성될 수 있다”는 KBS 보도국장의 말, 국민의 감정까지 조작하고 통제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독재의 유산입니다. 저런 작태야말로, 척결해야 할 ‘과거로부터 내려온 적폐’”라며 “KBS 보도국장 개인의 독자적인 판단인진 몰라도. 만약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민의 마음을 이런 식으로 억눌러야 유리한 정치세력이 있다면, 그들은 반민주적이기 이전에 반인륜적이라 해야 할 겁니다”라고 힐난했다.
네티즌들 역시 “어째서 지나치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면 안 되는 것인가. 아직도 저 많은 아이들이 물속에 있는데”(@ohb****), “내일부터 '하늘색' 자킷 입혀 내보낼지 지켜볼 것. 분노의 추모분위기가 두려운 그 심정이야 이해되지만 이 국상기간에 사람의 길을 포기하려드는가”(@bul****), “공영방송 보도국장인가? 십상시인가?”(@seo****), “슬픔을 공감할 수 없으니 슬픔의 깊이도 모르는구나”(@012****)라며 분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