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청와대 독선 꺾어달라”
10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묻는 권리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공천유지 53.4%, 무공천 46.5%. 공천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6.9% 많았다. 권리당원투표에서는 공천유지(57.1%)가 높게 나왔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공천유지(49.7%)와 무공천(50.2%)이 5 대 5였다.
공천유지 결정.. 보수언론 일제히 비난 쏟아내
공천유지로 결정되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난하며 “통합명분을 깨고 새정치를 폐기시켰다”고 목청을 높였다. 친정권 언론의 대표주자인 KBS는 이런 논평을 내놓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민주당·안철수’ 측이 통합을 선언한 새정치의 가장 큰 명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뒤집음으로써 새정치를 표방해온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신뢰는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이번에도 야권통합의 명분을 깨면서 정치적 소신은 뒷걸음쳤습니다...무공천은 필패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드러내며 새정치를 폐기시켰습니다.” (KBS 논평)
눈여겨 봐야할 수치가 있다. 국민 50%가 무공천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무공천이 후보들의 공약으로 거론된 이후 무공천에 찬성하는 여론은 60~70%. 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가운데 무공천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45% 정도나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천 유지 50%’라는 수치는 정말 의외의 결과다.
여당지지자·무당파 50%가 “공천해야”, 의외의 결과
게다가 이번 조사가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진행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기초선거 공천폐지 찬성여론이 매우 높은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과 무당파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였다. 공천 폐기 의견이 적어도 70% 이상 나와야 ‘정상적’이다.
그런데 20% 이상 낮게 나온 것이다. 세 명 중 한 명이 입장을 바꿔 공천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새정치민주연합 자체 여론조사에서 무공천 찬성이 국민여론조사에서 20%, 당원조사에서는 10% 정도 높게 나온 바 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몇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 있다.
‘50% 결과’에 영향을 준 몇가지
▲설문조사 설계 문제: 일부 여론전문가들은 설문에 “새누리당 공천 강행” “공천 안 하면 불공정 선거” 등의 문구가 들어갔다는 점을 들어 ‘무공천 폐지’ 쪽으로 유도된 조사가 아니었나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전략적 선택의 결과: 선거 패배를 우려한 야당 지지자들이 공천·무공천 논란을 일단 유보하고 선거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두 개의 룰 적용에 대한 반감: 무공천으로 결정되면 새누리당-공천, 새정치연합-무공천 구도로 기초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이럴 경우 혼란은 피할 수 없다. 지지할 후보가 누군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을 피하려는 기피심리가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출구 전략으로 받아들인 결과: ‘무공천은 곧 필패’라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도 높았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을 향해 ‘다급하면 무공천 철회해서 새정치 깨고 헌정치로 돌아가라’고 비아냥댔다. 기초 무공천이 광역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여론조사다. 야권 지지자들은 이를 ‘출구전략’으로 이해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에 대한 반감: 박 대통령은 안철수 공동대표의 면담을 거절했다. 청와대까지 찾아가서 면회신청을 했지만 돌아온 건 ‘불가 통보’가 고작이었다. 기초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번 선거만큼은 일단 공천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많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약속 프레임’ 효과 저조: 무공천 공약이행을 내세우면서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를 ‘약속 대 약속파기’ 구도로 몰아가려 했다. 하지만 ‘약속 프레임’ 효과는 예상보다 약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국민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기엔 부족한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가 야당지지자와 무당파에서 공천유지 의견이 높게 나오는데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50%의 의미 “여당과 청와대 독선 꺾어달라”
50%가 말해주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일까. ‘무공천이 곧 새정치’라는 등식에 대한 부정이다. 기초선거 방식 하나가 새정치의 전부인 양 호도하는 여당에 대한 질타임과 동시에, 더 큰 틀에서 새정치를 하라는 국민적 요구일 수 있다. 새정치가 ‘작은 사안’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격려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50%의 의미.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봐라’ ‘여당에게 지는 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야당 지지자들의 결집된 목소리다. 세 명 중 한 명이 자신의 소신까지 바꿨다. ‘선거에 이기는 야당’이 돼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러한 바람과 열망에 새정치연합이 응답해야 한다. 선거 어젠다를 빨리 수립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과 선거 분위기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쟁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새정치는 폐기됐다”고 소리치는 새누리당. 크게 잘못된 고함이다. 국민은 새정치를 갈망한다. 새정치는 곧 국민이란 말이다. 새정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지 못할망정 ‘폐기’에 박수를 치다니. (☞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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