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제 노역’을 하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에 대해 검찰이 뒤늦게 추적에 나선 가운데 허 전 회장이 수년 동안 매월 1000만 원의 건물임대료를 차명 계좌를 통해 받아 관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허 전 회장 부인과 아들 등의 명의로 된 뉴질랜드의 건설회사와 부동산회사 등 14개 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또 외교부에 유효기간이 만료된 허 전 회장의 여권 재발급을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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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검찰은 허 전 회장이 국내에도 사실혼 관계의 여성과 다수의 친인척 명의로 광주와 경기도에 부동산 등 재산을 숨겨 놓았을 것으로 보고 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한때 운영한 동양상호저축은행의 광주 금남로 20억 원대 7층 건물과 담양 모 골프장 등의 실소유주가 허 전 회장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가 27일 허 전 회장 소유인 해당 건물의 임대료를 매달 1천만 원을 받기로 임차인과 계약을 해 놓고 수년째 차명계좌를 통해 임대료를 받아온 사실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검찰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동양상호저축은행 빌딩 관리 서류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임대료를 받은 계좌가 허 전 회장의 것이 아니라 대주그룹 전 직원 명의로 돼 있었다”며 “허 전 회장이 차명계좌로 임대료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압류한 계좌에는 5700만원이 남아있었다”며 “체납한 지방세를 받으려고 여러 경로를 통해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허 전회장이 차명 계좌를 활용해 임대료를 얻은 것이 사실이라면 허 전 회장과 차명인 간 공범관계, 금융실명제 위반, 조세포탈 등 실정법 위반 소지에 대한 수사가능성이 있다.

국세청 역시 징세법무국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 조사요원들을 허 전 회장이 머물던 뉴질랜드로 급파하는 등 해외 재산에 대한 추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허 전 회장이 석방되자마자 벌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뉴질랜드 재산 명의를 바꾸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치용 씨에 따르면 허 전 회장이 석방 직후, 대주그룹 계열사인 KCN 엔터테인먼트의 아들 소유 지분 46%를 제 3자인 정 모 씨에게 양도했다고 밝혔다. 재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급히 주주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