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솜방망이’ 처벌.. 전관예우, 향판제 폐해
횡령과 조세포탈 등으로 기소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벌금과 세금 미납액 400여억 원을 내지 않는 대신에 구치소에서 하루 5억 원짜리 노역을 할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전관예우’와 지역법관(향판)제의 문제점이 맞물려 가능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광주지법 형사2부(당시 이재강 부장판사)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08억 원을 선고했다. 이는 재판부가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덜어주는 ‘작량감경’을 적용해 검찰이 구형한 벌금 1016억 원을 절반으로 깎은 것이다. 이어 벌금 508억 원을 내지 않을 경우 일당을 2억5000만원으로 계산해 203일 동안 구치소에서 일하게 했다.
당시 허 전 회장 1심 변호인 4명 중 광주지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2명이나 됐다. 광주의 한 변호사는 “선배 법조인들이 재판부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비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심 재판장은 “판결엔 전혀 (전관예우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축했다.
2010년 1월 항소심에서 광주고법 형사1부(당시 장병우 부장판사)는 허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벌금을 절반으로 깎으면서 ‘자수감경’이라는 논리를 적용하며 일당은 5억 원으로 높였다.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던 허 전 회장이 구속을 면하려고 조세포탈 혐의를 인정한 것을 자수로 본 것이다.
논란이 일자 당시 법원은 “허 전 회장이 사재로 포탈 세액을 납부하고 횡령액을 변상했으며, 검찰도 이를 인정해 벌금 1016억 원을 구형하고도 선고유예를 요청했다”며 “거두절미하고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 5억 원이 일반인 5만원의 1만 배란 점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허 전 회장이 귀국해 미납 벌금 247억 원을 내는 대신 49일 동안 노역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법관제 논란이 일고 있다. 허 전 회장에 이 같은 판결을 내린 1·2심 재판장은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근무한 지역법관이기 때문이다. 지역 토호인 허 전 회장과 관계를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광주 지역의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전국 단위로 법관 인사를 해야 지역 토호와 연결됐다는 비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생 지방에서 근무하게 하는 지역법관제는 2004년 도입됐다. 2013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3년 2월25일 기준으로 광주고법 법관 241명 중 27%인 65명이 지역법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돈 없다는 사람이 광주지법원장 출신 변호사를 두 명을 고용해? 이 사람들 수임비용이 건당 1억은 넘을 사람들일 텐데. 법치는 참 윗사람들한테는 적용 안 되네”(inf****), “오남매 아빠로 대한민국에서 정의를 가르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한심 할 따름입니다. 지도층들의 돈이면 최고인줄 아는 무식한 처사에 치도구니를 들어 엄벌합시다”(jam****), “짜고 치는 고스톱. 양심도 없다. 저런 판사가 우리나라판사라니”(omy****), “이런 쓰레기 기업인에게 이런 결정 내린 판사도 똑같은 사람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울고싶다!”(fee****)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