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윤진숙 경질 첫 ‘레드카드’

고위직 인사실패 대미를 장식한 ‘모래알 속 진주’

박근혜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6일 전격 경질했다. 이는 더 이상 국민여론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7일 <국민일보>는 윤 장관의 경질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꺼냈던 ‘레드카드’ 약속을 처음 적용한 사례라며 이같이 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사태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음에도 ‘옐로카드(경고)’만 꺼내들었다. 대신 “공직자가 다음번에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가 터진 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해수부의 안일한 대응 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이 계속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키우고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더 이상 경질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측면이 있다고 <국민>은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장관의 말이나, 이 말로 인해 생긴 논란에 대한 대응 태도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공감대였다”고 전할 정도였다.

<국민>은 박 대통령으로서는 누적됐던 각료들의 ‘말실수’가 가라앉을 즈음에 또 다시 윤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터져 민심 악화에 불을 지피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도 관측되고, 자칫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여론이 더욱 악화돼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듯 하다고 전했다.

ⓒ 청와대
ⓒ 청와대

만약 윤 장관 파문을 그냥 덮고 갈 경우 집권 2년차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전격 경질을 선택한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고 현장과 국회, 방송출연 등에서 윤 장관의 잘못된 언행이 이어지자 여권 전체에 강경 기류가 확산됐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장관이 과연 제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며 여당 내에서 처음으로 사퇴론을 제기했다.

같은 당 함진규 대변인은 국회 현안 브리핑을 통해 “생계 현장을 파괴당한 막막한 마음을 부여잡고 기름 제거에 여념이 없는 주민을 위로하고 수습책을 모색해야 할 분이 어민들의 상처 난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은 이번 윤 장관 경질로 한동안 잠잠했던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 논란도 재현될 전망이라면서, ‘모래밭 속의 진주’라고 비유할 정도로 손수 인선을 챙겼던 당사자를 자신의 손으로 경질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윤 장관 발탁 당시 “해당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드문 여성 인재”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질부족 논란이 벌어졌지만 끝까지 장관 임명을 고수해 박근혜 정부 1기 내각 출범이 늦어지기도 했다.

한편, <노컷뉴스>는 윤 전 장관의 해임과 관련해 명과 암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암(暗)은 박 대통령의 인사실패가 여론의 입방아에 다시 한 번 오르게 됐다는 점이고, 명(明)은 위험요인이 제거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노컷>은 박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서 단행한 고위직 인사는 실패의 연속이었다면서, 제일 먼저 임명한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낙마한 것을 필두로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혀 있던 인사들이 주요 직위에 올랐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멸해 갔다고 전했다.

이어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나 면직된 윤창중 전 대변인이 박 대통령 인사실패의 결정판이긴 했지만 이후로도 시스템이 아닌 수첩에 의존한 인사실패 사례는 몇 차례 더 있었고, 박 대통령이 ‘모래알에서 찾은 진주’였던 윤 전 장관이 실패의 대미를 장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상 후임자 선정 작업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청와대를 떠난 김행 전 대변인 후임으로 민경욱 대변인을 임명하는 데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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