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현 부총리는 24일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주최 최고경영자조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진의가 어떻든 대상이 되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해명이 아니라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사상 최대 신용카드사 개인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언급해 경제수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현 부총리는 “공직자는 합리적인 정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정책을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정책을 피력할 때는 늘 듣는 사람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 오늘 말의 무거움을 많이 느꼈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중장기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의 도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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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 부총리의 사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민심을 모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의원은 23일 “책임은 당연히 따지고 물어야지 도대체 눈감고 넘어갈 생각인가“라며 “국민의 염장을 지르고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르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도 같은 날 “현 부총리는 정보의 제공과 정보의 유출을 구분을 못하시는 것 같다”며 “개인정보 제공에 강제로 동의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이 경제부총리”며 힐난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을 경질하고, 금융사고를 일으킨 해당 금융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경제팀 책임론’에 대해선 현 부총리는 24일 조찬회의에서 “그런 지적에 대해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책임을 안 진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앞서 현 부총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라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경질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현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당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 부총리의 사과에도 네티즌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현오석 부총리, 그새 큰 사고를 쳤군요”라며 “정보유출로 부총리께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이 죄송합니다”라고 풍자했고, 이에 한 트위터리안(gl****)은 “맞아요. 국민된 입장에서 미안하죠. 개인정보 단속 못해서”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네티즌들은 “관료들의 말실수, 우연인가 필연인가?”‏(@ssm****), “국민을 보고 무식하다고 한 현오석의 망언도 문제지만 총체적 부정선거와 공약사기를 하고도 적반하장인 박근혜가 더 큰 문제!”(@seo****), “한국 금융시스템에선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으면 가입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현오석의 소비자 책임론은 무의미할 뿐이다. 정권 요직에 있는 자들의 시각이 딱 이 수준. 자기 손으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비정상의 정형”(‏@Jeg****), “현오석 부총리는 청와대에서 내준 카드만 사용해 뭘 모르나보다”(@jam****)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