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시국선언 “의심도 마라 비판도 마라.. 여기가 북한?”
국가기관 대선개입과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회의’(이하 민청회)는 11일 오후 12시 서울 청계광장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라며 “저희 청소년들은 유관순 선배처럼, 김주열 선배처럼,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돼 절대지지 않을 것”이라 천명했다.
이날 민청회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들은 직접 학교 책상을 가지고 거리로 나와 교학사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교실 풍경을 재연했다.
퍼포먼스에서 학생들은 교학사 교과서 내용에 의문을 품자 선생님 역할을 맡은 민청회 회원이 “공부나 하라”, “대학 안 갈거냐”라고 질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퍼포먼스가 끝나자 학생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한국어로 개사해 부르며 청소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청회 공동대표 윤예슬 양은 “여기 모인 학생들이 그저 어리게만 보일 수 있겠지만 모두 각자의 생각과 목표가 있다”며 “그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주체적인 학생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리고 약해서 무조건 보호받으며 그 속에서 살아야하는 학생들은 어디에도 없다”며 “공통된 목표가 있기에 자율적으로 모여 이야기하고 상대를 설득하면서 오늘 시국선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양은 “이 사회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회”라며 “우리도 여러분들과 살아가는 이 사회의 일원이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에게 쥐어준 것이 아닌 우리가 갖고 있는 본래 우리의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 권리를 지키고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학생들조차 아등바등 노력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참여한 여러분들이 먼저 저희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봐 주시고 또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조윤성 군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교학사 역사 교과서가 많은 학교들이 채택했을 수 있었다”며 “지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예 교학사 교과서를 교과서 채택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군은 “교학사 책은 교과서로써 쓸모가 없는 수준이며 교양과 지식을 쌓는 책의 가치가 없다”고 지적하고 “이 책을 만든 사람들도 한국의 우익으로 국가를 논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과거 침략을 미화하고 있는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파주 금촌고등학교에 다니는 홍능기 군은 “우리보고 빨갱이다 종북주의자다라는 말들이 많다”며 “그럼 북한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누가 국론을 분열하고 누가 빨갱이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홍군은 이어 “우리가 정부말을 안 들어 빨갱이라고 하는데 정부말을 안 듣는 건 당연하다”며 “의심도 가지지 마라. 욕도 하지 마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이는 북한의 모습 아닌가?”라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민청회의 임명환 군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워터게이트의 닉슨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저질러서 사퇴한 게 아니라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사퇴했다”며 “(채동욱) 검찰 총장이 사퇴할 때 뭐라고 했나? 임명권자가 나가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간다고 했다. 누가 검찰 총장을 임명하나. 바로 대통령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미래가 없다’는 말을 했다”며 “타협 없는 민주주의가 어디 있나.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게 독재국가의 독재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이냐”고 비난했다.
임군은 “자신만의 원칙을 위해서 남들과 타협하지 않고 기본권을 짓밟는 것이 바로 독재”라며 “국민의 기본권이 무시당하고 권력의 전제화를 막을 수단이 없는 사회가 독재국가지 무슨 민주국가냐”고 재차 성토했다.
민청회는 이날 오후 1시 11분 정각에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국정원에 하는 간첩신고 번호가 ‘111’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특검도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일제 강점기와 독재를 미화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와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해임 등을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이 일련의 사태에 방조하고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면, 모든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관련기관들의 상관으로서 직접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