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역사교육학과장도 “교학사 교과서 참담” 공개 비판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기 위해 전국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민주사회를 위한 청소년 회의’(이하 민청회)가 “왜곡된 역사 교과서로 공부하기 싫다”며 교과서 거부 선언을 했다. 또한 공주대 역사교육학과 학과장인 지수걸 교수도 “교학사 교과서를 보니 참담하다”고 공개 비판을 하는 등 친일․독재 미화로 논란이 된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등에 따르면 민청회 회원들은 3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교학사 건물 앞에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된 교학사 교과서는 굉장히 부적절하고 편향된 시각의 교과서”로 규정하고 “(교학사 교과서는)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르칠 내용이 아니다, 해당 교과서의 검정승인 취소와 나아가 발행 취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차상우 민청회 대표는 “우리는 해당 교과서를 직접적으로 배우는 입장이라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꼈다, 이렇게 왜곡된 교과서를 배우기 싫어서 이 자리에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청소년기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의도와 방법’이 불순한 친일과 독재가 왜 잘못되었는지는 배우지 않고 ‘그래도 결과는 좋았습니다’ 라고만 배운다면 어떤 가치관이 형성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배우고 자란다면 강요에 못 이겼다며 또 다른 매국노가 되고, 안정을 위한다며 또 다른 독재자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민청회에서 활동하며 역사를 가르치는 양희성 씨도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過)를 배워서 이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건 쏙 빼놓고 공(功)만 언급하는 게 정상적인 역사 교과서인가”라며 “이 교과서는 검정 취소와 함께 발행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주대 역사교육과 학과장인 지수걸 교수도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해 “참담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 교수는 2일 한국역사연구회 홈페이지에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바로 보기’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와 교학사 교과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가 현행 한국사 교육과정과 충돌·배치된다고 지적하며 “교과서 서술의 취지가 녹 아 있는 머리말에서 교학사 필자들은 우리나라, 우리 민족, 민족사라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이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해 일부러 대한민국 국민 혹은 한국인이라는 용어와 별개로 ‘대한민국 시민’이라는 신조어를 창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행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은 ‘한국사의 정체성(교과 성격)’을 분명히 ‘민족사’라 규정하고 있다”며 “이것은 한국사에서의 우리나라란 대한민국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세운 고조선·고구려 등도 우리나라이고 조국이라는 개념인데, 교학사 교과서는 대한민국만을 강조해 교육과정에 전면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 교수는 “현행 교육과정은 그간에 있었던 국가 민족사의 ‘성취’ 못지않게 그 ‘한계’에 대한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교학사 교과서는 너무나도 성취 중심, 그것도 이승만·박정희 등 몇 명에 치중한 성취 중심의 역사를 강조해 한국사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비판적인 이해를, 거꾸로 ‘대한민국이나 헌법에 대한 부정 혹은 정면 도전’이라 매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희 교수는 이날 공주대 동문들에게 보낸 답글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목표는 ‘학생에게 좋은 교과서’ ‘국민이 사랑하는 교과서’”라며 “민중사관에 입각해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적으로 기술하기 원하는 세력이 고의적으로 저를 지목해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