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없는 교과서까지 수정‧보완?…“서남수, 직무유기·편파적 태도”
교육부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포함,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최종 검정을 통과한 8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수정·보완하기로 밝혔다. 그러나 왜곡 논란을 촉발시킨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취소’를 배제한 채 다른 교과서 모두를 재검토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물타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1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사편찬위와 공동으로 교과서에 대해심층 분석 하고 수정과 보완 필요성이 있는 사항은 향후 국편위에서 구성할 전문가 협의회 자문과 출판사와의 협의를 거쳐 보완 완료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장관은 역사학계가 요구하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 취소’에 대해 “법령상 교과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정권고와 수정명령을 내리고 저자가 불응할 경우 검정 취소를 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교육부의 이같은 발표에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장은 “일상적인 교과서 오류는 그동안 학회 차원에서 잡아내고 추후에 수정해왔다”며 “검정 취소 요구가 커지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를 유통시키기 위해 수정·보완 기회를 주면서 모든 교과서를 함께 문제 삼는 것은 교육부 장관의 직무유기이며 편파적 태도”라고 <경향신문>에 밝혔다.
천재교육의 한국사 교과서를 대표집필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도 <경향>에 “교과서를 다시 수정·보완한다는 것은 최종 검정을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수정 방침에 규정까지 어기며 ‘편법’ 수정을 한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주진오 교수는 “현행법상 1학기가 시작되기 6개월 전에 선정을 마치도록 돼 있는데 교육부 장관이 그것을 어기겠다는 것이냐”며 “수많은 오류가 발견된 책은 교학사 책인데 그렇지 않은 다른 교과서들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8종 모두 수정·보완을 하겠다는 것은 편파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한 고교 교사는 <경향>에 “학교별 채택률을 보고 인쇄 부수를 결정해야 하고, 책을 인쇄하고 배포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감안해 6개월 전 선정 규정이 있을 텐데, 모든 교과서를 재검토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전체적인 일정이 늦어지면서 현장의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교학사 교과서 논란과 관련, 공격을 즉각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교육부 장관과 원로 역사학자 23명으로 구성된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교과서에 대해 이른바 진보 성향의 언론과 학자들이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며 “검정을 최종 통과한 교과서는 역사 교과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췄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학사 교과서도 완벽한 것은 아니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역사적 진실은 누구에 의해 독점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