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필수화→한국어 필수화?, 총체적 ‘부실 교과서’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들이 집필해 편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헌헌법 전문까지 왜곡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역사적 날짜도 틀린데다 ‘5·16 군사쿠데타’ 관련 사료마저 선별해 실어 총체적 ‘부실 교과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SBS> ‘8 뉴스’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56쪽에 실린 제헌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이 3·1 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기술됐으나 실제 제헌 헌법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이 아닌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했다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심각한 오류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제 강점기인 1922년 조선 총독부는 2차 조선 교육령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조선인에게 ‘국어’ 즉 일본어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는 “한국인에게 한국어 교육을 필수화했다”고 적혀 있다. 일제가 우리 말과 글을 없애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역사적 사실과는 정반대의 기술이다. 이는 조선 교육령에 표기된 ‘국어’를 한국어로 잘못 인용한 것으로 실제로 조선교육령 공포 이후 각급 학교의 일본어 수업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SBS>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인터넷 자료를 그대로 교과서에까지 옮긴 것으로 보고 있다. 정연태 가톨릭대 한국사 전공 교수는 <SBS>에 “인터넷에 떠도는 정말로 엉터리 내용을 그대로 축약해서 등재했다는 것”이라며 “일반적 역사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것은 의심하게 되어 있다”며 개탄했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해 실었고, 역사적 날짜의 오류도 발견됐다. 해당 교과서는 명성황후를 민비로 격을 낮추고 독립운동가 김약연 선생의 이름을 김학연으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의원은 해당 교과서가 “‘5·16 혁명공약’의 6가지 공약 중 ‘언제든지 정권 민간이양 준비’라는 마지막 항을 빼고 5개 공약만 실었다”며 “객관적인 사료 자체를 조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당시 혁명군이 배포한 혁명공약서에는 총 6개의 공약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 328쪽 탐구활동의 제시문에는 마지막 공약이 빠진 5개만 실려있다.
교과서에서 빠진 6번째 공약은 ‘이와 같은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최종 검정을 통과한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5·16 혁명공약을 실은 교과서는 교학사·비상·천재교육 등 3곳이다. 비상과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5·16 혁명공약이 별도의 박스기사로 6개항 모두 실렸다.
2008년 뉴라이트 성향의 교과서 포럼이 만들어 친일 관련 서술로 비판받은 대안교과서에도 6개항이 모두 실렸다.
이와 관련, 유기홍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의 5·16 혁명공약 정보 누락은 실수가 아닌 의도적 삭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객관적인 사료조차 제대로 싣지 않는 교과서가 국사편찬위 검정심의에서 합격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교학사 교과서는 이념논쟁을 할 교과서 수준도 되지 못한다. 객관적인 역사 사료조차 제대로 싣지 않는 교과서가 국사편찬위 검정심의에서 합격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사편찬위의 심사 채점결과를 비롯해 평가 과정의 공정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총체적인 ‘부실 교과서’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스**)은 “일제강점기 시대 국어 즉, 일본어를 한국어라고.. 저런 쓰레기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역사가 아니라 역사 왜곡소설이지”라고 비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BO**)은 “앞으로 일본교과서 왜곡에 찍소리도 못하겠군. 아니 일본에서 저 교과서를 채택할지도 모르겠다”며 꼬집기도 했다.
이 밖에도 “통과 시킨이들 이름 밝혀야.. 우편향을 떠나서 대학생들한테 책내라 그래도 이런 실수는 안 할 듯”(미스***), “이 교과서 취소하고 없애라”(제르**), “교학사가 아니라 교토출판사구만”(광개***), “독립열사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나라가 점점 미쳐 돌아간다”(하회***), “학자의 양심 따위는 내팽개쳐 버렸나. 이런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니 경악 그 자체다”(타**) 등의 분노섞인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