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교과서’…박정희 5‧16 ‘미화’, 5‧18 ‘합리화’

與 “균형 잡힌 역사관 투영” VS 野 “왜곡된 역사인식 조장”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심사를 통과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5·16과 유신, 한일협정 등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미화와 합리화로 왜곡 일색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학사 교과서는 구체적인 용어‧표현은 검정 합격선에 맞추면서 일반 교과서보다 박정희 시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추가된 부분이 많다고 보도했다.

(자료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료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교학사 교과서는 5‧16을 헌정을 중단한 쿠데타라고 규정한 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했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했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했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했다”며 5·16에 대한 인정‧지지 표현을 대거 기술해 5‧16을 미화했다.

심지어 장준하 선생의 기고문을 인용해 5‧16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위원들이 “장준하의 생애와 활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며 삭제를 권고해 최종본에서는 빠졌지만 쿠데타를 불가피한 혁명으로 왜곡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서도 당초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은 해결되었다”고 기술했다가 수정 권고에 따라 “부분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고쳤다.

1972년 유신체제 출범에 대해서는 미‧소 데탕트 외교로 인해 한반도 안보가 불안했다는 점, 북한이 4대 군사노선을 추진하고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미국 1개 사단이 철수한 점 등 국내외 혼란과 안보 불안을 적극 드러내 불가피성을 강조하려 애썼다고 <경향>은 지적했다.

여기에 당초 교학사 집필진은 5‧18을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났다”고 기술해 대규모 시위가 먼저 일어나 질서 정리를 위해 진압군이 투입된 것처럼 합리화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없는 등 정권 편향적으로 서술했다.

이와 관련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경향>에 “200개 안팎의 수정 사항을 지적받은 다른 교과서에 비해 2배가 넘는 479개 사항을 지적받았다”며 “400페이지가 안 되는 책인데, 한 페이지에 한 개가 넘는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탈락 사유”라고 지적했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수정 보완 사항만으로도 2008년 대안 교과서보다 더 거친 표현들이 나온다”며 “당시에도 학계의 큰 반발이 있었는데 이번엔 균형을 더욱 잃은 것 같아 여파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뉴라이트 성향 학회로 일컬어지는 한국현대사학회의 회장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경향>에 “교과서 전체 내용이 나오면 말하겠다”며 “부분적으로 얘기해선 오해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교과서와 차별성 있게 서술하고 싶었는데, 막상 써놓고 보니 별 차이도 없는 것 아닌가라는 평이 나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것을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교과서는 전문가인 학자들이 학문적 시각을 담아 기술하고, 위원회도 최종 통과하기까지 철저히 심의했을 것”이라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역사관이 투영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또 “어느 한 쪽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것은 또 다른 역사 왜곡”이라면서 “역사 기술은 학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지 특히 정치권이 왈가왈부해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교과서의 주요 집필자들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보여온 사람들이어서 여러 가지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번 교과서에서 그러한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5‧16쿠데타를 미화한 측면이 있고, 5‧18민주화운동에서 군부 발포사실도 누락했다”면서 “또 역대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보수, 진보 진영에 따라 편향적으로 집필한 부분 때문에 왜곡된 역사 인식을 조장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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