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고 대자보 철거 규탄.. “학교 때문에 안녕 못해”

“학내 탄압 중단.. 청소년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고등학생이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를 비판했다.

27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 앞에 모인 이들은 “개포고등학교는 학내 탄압을 중단하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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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 따르면, 개포고등학교에 다닌 고등학교 2학년 박모 군은 지난 19일 학교에 대자보를 게시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다음 날 등교 시간 이전에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대자보를 철거했다. 이어 익명으로 게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군은 생활지도부실로 불려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박군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대자보를 붙인 이유를 설명했지만, 담당 선생은 “뭐 하려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아서 뭐하게? 봉기라도 일으키게?”라며 조롱하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23일, 박 군이 ‘서울시 학생 인권 조예 조항’을 들어 자보를 철거한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 CCTV 공개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거부했다. 이어 24일에는 박 군의 부모님을 소환해 오는 30일 대선도위원회를 열어 박군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박 군이 개포고에 붙인 대자보 ⓒ '청소년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박 군이 개포고에 붙인 대자보 ⓒ '청소년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회견에서 박군은 “나는 원래 용감한 사람이 아니다. 내성적이고 갈등을 싫어한다”며 “그럼에도 용기를 내 대자보를 붙인 이유는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부분에서 가장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군은 이어 “대자보를 훼손한 책임자는 서울시 학생 인권 조례안의 조항들을 위반한 것을 인정하고 관련 사과문을 대자보가 있던 그 자리에 일주일 간 게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30일로 예정된 대선도위원회 계획을 철회하고 대자보 게시자의 정치참여권,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할 것도 함께 주문했다.

박군은 “이번 기회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 저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개포고등학교 학생들도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와 박군과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회원들을 응원했다.

연대발언으로 참가한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민진 씨는 “권력에 대한 예의만 강조하는 학교에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기 위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서울시 학생 인권 조례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회, 누구도 모욕 받지 않을 사회, 그러면서 서로의 품위를 지켜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됐다”며 “그 조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히틀러 나치의 전체주의는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모르는 자는 질문하지 않으며, 누군가 질문할 때는 아무도 답변해주지 않는 사회였다”며 “이 때문에 히틀러의 끊임없는 악행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이런 독일이 전체주의 사회를 다시 만들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 청소년과 교사의 정치적 권리를 분명하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이 무슨 정치를 하나’,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나’ 고 묻지만 정치적 중립은 국가로부터의 자유, 학교가 무조건 시키는 것으로부터 자유지 아무 생각 없이 살라는 것이 정치적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개포고등학교 학생이 하고자 했던 건 다른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는 것, 안다는 것 그래서 질문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이 살라고 강요하는데 나는 다르게 살고자 한다는 것을 대자보를 통해 선언한 것”이라며 “이를 알 수 있을 때 학교가 변할 것이며, 학교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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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는 ooo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라는 문장이 적힌 종이의 빈 칸을 각자 채워 개포고등학교 교문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에 앞서 박군은 청소년 단체 아수나로 등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녕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현실과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 측에 징계위협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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