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한 대학생의 외침

사회 문제 무관심한 청년들에 관심 촉구하는 대자보 ‘화제’

최근 고려대학교에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철도 민영화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며 ‘안녕하십니까?’라고 묻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온라인을 비롯한 대학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는 10일 오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 주씨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4213명이 직위해제되고,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는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주 씨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마디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이다”고 했다.

이어 “저는 다만 묻고 싶다. 안녕하시냐,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라고 밝혔다.

ⓒ 페이스북
ⓒ 페이스북

주 씨가 이런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그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이 글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내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Ano****), “이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판다. 행동하는 양심! 그것이 필요하다”(‏@oks****),‏ “정의를 생각하고 말 할 줄 아는 저 청년이 정말 대견하네요. 웬만한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났네요! 고대 대자보 청년에게 응원과 감사..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SYj****), “이런 젊은이가 있어 희망은 있다”(‏@bon****), “대학생 대자보가 뉴스가 되다니. 좀 깨어나 보자 젊은이들아”(@doo****) 라며 주 씨를 응원했다.

고려대 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당시 경영학과 3학년이던 김예슬 씨도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여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자보에서 김 씨는 ‘25년 동안 우수한 경주마’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돼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된 대학을 규탄한 바 있다.

한편 <조선일보>는 12일자 인터넷판 <조선닷컴>기사에서 주 씨의 대자보에 대해 “비약만 있고 팩트는 부실”하다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을 전하며 비판했다.

<조선닷컴>은 기사에서 주 씨 대자보의 내용을 전하고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철도노조가 9일 파업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취소시키며 내건 요구조건은 “서울 수서발 고속철도(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를 열지 말고, 임금을 8.1%(자연승급분 포함) 인상하라”는 것”이라 전했다.

또한 기사에서 “이들은(철도노조) 해당 이사회가 ‘민영화 사전 단계’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못 박으면서 파업자 전원을 직위해제했다. 민영화 반대는 구실일 뿐이고 파업의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판단”이라며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를 단순 임금 인상 투쟁 성격으로 축소했다.

<조선닷컴>은 기사 말미에 “고대 대자보, 비약 투성이 글”, “고대 대자보, 선동만 있고 자세한 팩트는 없다” 등의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도 짧게 소개했다.

 

다음은 고대 대자보 내용 전문(全文).

< 안녕들 하십니까? >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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