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육부, 교학사 교과서나 차단해라” 일침
교육부가 최근 중·고등학교에 확산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해 “생활지도를 철저히 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각 시·도 교육청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 당국이 ‘대자보 열풍’ 차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20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경상북도교육청은 최근 ‘고등학교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생활지도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학교로 내려보냈다.
경북교육청 공문에는 “최근 일부 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특별한 주장이나 개인적 의견을 학교 내에서 벽보 등을 통해 표현한다”며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해 각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생 생활지도에 더욱 철저를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교육청 공문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두 공문은 교육부 학생복지정책과가 지난 18일 각 시·도교육청에 내린 방침에 따라 작성됐다. 서울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이 공문을 관내 모든 학교에 전달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부 공문을 일선 학교에 이첩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열린 각 학교 교무부장과의 회의에서 대자보 움직임과 관련해 생활지도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교육부는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대자보 현상이 학교 면학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학생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회적 논란의 여파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선 안 된다는 교육부 내부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공문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녕’ 대자보 열풍 차단에 나선 것은 교육부 뿐 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철도노조 파업을 비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에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우리 국민들은 불법 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하다”는 자막과 함께, 수서발 KTX 분리 운영에 반대하는 대자보들에 반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기사 밑에 붙은 댓글에 공감한다”며 ‘안녕대자보 차단 할 생각 말고 일본 교과서 차단 할 생각이나 해라 에라이 문부성’이라는 네티즌의 댓글을 소개하고, “대자보 차단할 생각 말고 교학사 교과서나 막으시지..”라는 글을 게시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불의를 보고도 책만 보다가 집에 가라는 사고방식. 또는 그냥 대자보가 확산되는 게 싫어서”라고 꼬집었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아마 학교에서 차단하면 동네골목으로 번지지 않을까요? 차단한다고 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이미 대자보는 민들레꽃씨가 된 듯 합니다”라고 게시했다.
네티즌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이들은 “학생은 닥치고 공부나 해라 이거죠”(벨제붑***), “국가가 주는 것만 기억하고 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어요”(Lun*******), “교권을 바닥으로 떨구는 장본인이 교육부죠”(미누**), “왜, ‘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말씀이 그렇네 두렵나?”(장강***), “학생 때부터 불편한 일이 일어나도 입 닥치라는 훈련을 시키고 있군요”(정권교*********)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