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 성지→결전 성지”, “구체적 준비→전쟁 준비”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변호인단이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5월 모임’ 발언 내용 일부를 ‘짜깁기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겨레>에 따르면, 31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정운)가 연 이 사건의 3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이 의원 등의 공동변호인단은 “공소사실의 핵심 증거라 할 수 있는 녹취록이 이 의원의 발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녹취파일도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기고 수집한 것이어서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동변호인단(단장 김칠준 변호사)은 “검찰이 증거라며 제출한 녹취록에서 국정원이 이 의원의 실제 발언 내용을 짜깁기했다”고 말했다. 실제 발언을 녹음한 녹음파일과 이를 기록으로 옮긴 녹취록을 비교해 보니,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하고’라는 발언은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말을 ‘전쟁을 준비하자’로 녹취록에 옮겼다는 것.
또 ‘선전’(宣傳)을 ‘성전’(聖戰)으로, ‘(천주교) 절두산 성지’라는 표현을 ‘결전 성지’로 옮겨, 변호인단은 “위법하게 수집한 녹음파일을 풀어낸 녹취록에서 주요 발언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했다. 녹취록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변호인단은 또 국정원이 ‘내부 제보자’를 통해 녹음한 파일도 불법 수집한 것이어서 증거력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2차 공판 준비기일인 지난 22일 이른바 ‘5월 모임’에서의 이 의원 강연 내용 등 44차례 녹음한 70시간 20분 분량의 녹음파일 47개와 이를 한글로 푼 녹취록에 이어, 이날 영상파일 20개와 사진파일 10개를 증거물이라며 법원에 추가로 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녹음파일 중 1~11번은, 국정원이 이른바 ‘제보자’라는 이모씨에게 디지털 녹음기를 제공해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하게 했는데, 이는 법원으로부터 범죄 수사를 위한 통신제한 조치(감청)의 허가 등을 받기 이전의 불법 녹음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나머지 36개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감청 허가를 받은 뒤에 제보자가 녹음‧청취 했지만, 이는 수사기관원이 아닌 제3자(민간인)에게 녹음‧청취를 맡긴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녹음파일은 적법하게 취득된 것으로 내란 음모 등의 증거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 녹음은 제보자의 자발성에 근거해 이뤄졌으며 수사기관은 녹음 장비 지원 등에 불과했고 ‣ 현행법에도 수사 현장 상황에 따라 녹음 집행․위탁을 할 수 있고 ‣ 통신비밀보호법에는 대화 상대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적법한 증거 취득임을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녹음과 영상 파일의 증거 채택 여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쪽의 공방과 증인신문 및 판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 준비기일은 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