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내란음모죄 기소의견 분명한가?”…‘엄격 증명’ 필요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 모임에서 한 발언 등에 내란음모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형법상 내란음모죄는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 하게 하는 것을 음모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범죄다. ‘음모’란 2인 이상이 범죄 실행의 합의를 한 것으로 단순히 범죄결심을 외부로 나타내는 것을 넘어 특정한 준비 행위와 그에 따른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 의원의 녹취록 발언과 관련,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발언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는 처벌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내란음모죄’를 적용할 경우 해석은 조금씩 차이가 났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30일 <국민일보>에 “내란죄가 형법상 가장 무거운 죄임을 감안한다면 비록 음모 단계라 하더라도 유죄 인정을 위해선 훨씬 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이 의원 등의 발언만 떼어내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녹취록 발언들이 나온 맥락을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RO 구성원들의 관계나 목적 등이 녹취록의 발언들과 맥락이 통해야 한다. 녹취록이 혐의를 입증할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들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가령 사건 관계자들이 ‘만일의 사태를 가정해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해 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며 “회합의 목적과 성격 등을 두고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고 <국민>에 밝혔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다른 증거들도 많이 수집해 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행가능성도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오며가며 커피나 마시다가 나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뒤집어 버리자’고 했다고 내란음모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분노의 수준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적법한 증거수집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국정원은 핵심 증인에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받은 일부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민>에 “공안사건 심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일 쏟아지는 ‘이석기 사건’ 보도와 관련,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에 “법치의 관점에서 묻는 질문 - 1.검사의 수사개시 및 입건 지휘 있었나, 2.왜 수원지검·지법인가?, 3.내란음모죄 기소의견이 분명한가?, 4.내란행위에 대한 실행의지, 실행계획, 실행능력이 있다고 본건가?”라는 글을 남기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