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사건’ 판사, 국민참여재판 흠집내기 발언 파문

법조계 “안 시인 재판 선고시 부메랑 될 것” 우려

안도현 시인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의 평결에 유보적 입장을 언론에 밝힌 은택 전주지법 부장판사(51)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다른 재판부가 선고한 주진우 <시사인>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참여재판 무죄선고를 거론한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택 부장판사는 30일 <중앙일보>에 “(무죄 판결한) 나꼼수 재판을 두고 국민참여재판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이로 인해 국민참여재판 불신론이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고심했다”고 판결 이전에 선고 연기 이유를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은 판사의 발언에 변호사 등 재야 법조계는 물론 법원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참여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변호사들 가운데에서는 “판사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발언”이라며 격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법 위반 관련 국민 참여재판을 다수 진행한 한 중견 변호사는 “주진우 기자의 사건을 담당하지도 않은 판사가 어떻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가”라며 “판사가 다른 재판에 관여해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변협 임원인 한 변호사도 변호사로서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하며 “배심원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면서도 “은 부장판사의 발언은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사법부 내부에서도 이같은 질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다른 재판부가 판결한 주진우 기자의 재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같은 법관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은 부장이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의 한 중견 판사도 “재판부가 선고 전에 심증을 밝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것은 법정 안에서 국한된 것”이라며 “외부로 공개될 것임을 알면서 심증을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은 판사의 이번 발언은 나중에 ‘안 시인’ 재판 선고시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권내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판사도 “배심원의 평결을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법규정은 없지만 배심원 평결에 대해 선고기일을 미루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외부적으로 표출한 것은 분명 문제”라며 “차후 지정된 배심원들이 과연 의욕적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런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재판중인 사항을 다른 법관이 한 재판결과를 언급하면서 외부에 밝힌 것은 법관으로서 기초적인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은 부장판사는 <뉴스토마토>에 “(이번 발언에 대해)가타부타 할 말이 없다. 말을 안 했어야 한다”며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선고가 남았고 판결로 얘기하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은 판사의 언론 인터뷰를 접한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민참여재판 담당 판사님이 언론인터뷰를 했군요.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