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국문과 폐지’에 네티즌 “기업체 대접, 회계감사하라”

“일제 때도 한글사랑운동했는데”…안도현 “대학 죽음으로 내몰아”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국문과 폐지’ 방침을 밝히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기업체로 대접하라, 회계감사하라”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배재대학교는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 내년부터 사실상 국문학과가 사라지는 것이다.

배재대학교는 평소 배재학당에서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했다고 자랑해 왔고, 단과대 이름까지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붙여 쓰고 있다.

배재대 관계자는 <서울신문>에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학률이 줄고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를 개편하다 보니 국문과를 통폐합했다. 문학 교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국문과가 대학에서 폐지되거나 통폐합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광운대학교에서는 국문과 폐지 논란이 일었다. 충남 논산 건양대는 수년전 국문과를 폐지했다. 충북 청주 서원대는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대학은 2011년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었다. 국문과가 ‘부실대학’ 탈피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생기는 대학이나 전문대는 아예 처음부터 국문과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의 국문과 폐지 방침은 이날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SNS상에 의견이 이어지는 등 뜨거운 토론거리가 됐다.

트위터 아이디 ‘dir***’은 “국문과나 철학과를 수익상의 이유로 폐지하는 곳에 대학의 권위나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나? 철저한 회계감사 등을 통해 학교가 아닌 기업체로 대접하고, 정부가 학교라서 주는 모든 지원을 거둬들이는 강수를 둬야 한다. 거긴 ‘학교’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트위터상에는 “취업 안 된다고 국문과 폐지라니.. "겨레의 얼이 담긴 한글"이란 표현이 부끄럽다. 돈 버는 법만 아는 얼빠진 학생들을 양성하는 게 대학이냐??”(ech***), “여러 대학에서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를 잇달아 폐지한다고..학문은 없고 취업만 있는 곳에 대학이라는 간판은 뭐하러 다나?”(blu***)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외에도 “취업 안된다고 국문과 폐지? 취업맞춤형 인간양성이 목표가 되겠구나!”(2hn***), “낮은 취업률 때문에 국문과를 폐지한다? 일제 강점기 때조차도 국어말살정책에 항거해 한글사랑운동을 펼쳤던 우리 민족 아니었던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blu****) 등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회 유력인사들도 트위터를 통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취업과 거리가 멀다고 국문과를 ‘굶는과’라고 자조하던 시절에도 학과 폐지는 꿈도 꾸지 않았다”며 국문과 폐지 방침에 대해 일갈했다.

안도현 시인은 또, “대학평가를 내세워 예산을 차별 지급하는 교육부의 대학 줄세우기는 미친 짓을 넘어 대학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도 트위터에 “여러 대학에서 취업률 낮다고 국문과 폐지. 그래, 그 참에 국사학과도 폐지해라. 100년 후, 아니 50년 후 무슨 꼴이 일어날지 모르는가!”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배재대학교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트위터를 통해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를 합쳐 ‘한국어문학과’로 개편하게 된 것은 우리말과 글, 문학을 제대로 배운 인재들이 나와 세계로 전파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코 국어를 없애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고 재차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의 역할과 책무를 그 대학이 가지고 있는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대학은 소위 연구중심대학이 아니라 실용학문을 추구하는 학부중심대학”고 말했다.

이어, “학부중심 대학이 국어와 국문학적인 기본 지식아래 한국어와 한글, 한국문학, 한국문화를 알리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잘못인가? 학제개편을 하게 된 기본 취지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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