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박범신‧안도현 “선관위, 표현자유 침해말라”

“137명 작가들 마땅한 할일 한것…검, 처벌 획책말라”

‘정권교체’를 바란 137명의 젊은 문인들의 이른바 ‘시국선언문’에 대해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소설가 손홍규씨를 검찰에 고발한 것에 대해 문학계 대선배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소설가 박범신 공식 블로그
ⓒ 소설가 박범신 공식 블로그
소설가 박범신 상명대 석좌교수는 3일자 <한겨레>기고글을 통해 젊은 작가들이 신문에 게재한 광고는 “동시대인의 ‘고통’을 지켜볼 수만은 없으니 이제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것”이라면서 “특정인, 특정 정파를 지지한다는 말은 없었다. 다만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위한 진정성 넘치는 비전을 ‘정권교체’ 화두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든 작가는 시대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고통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미 작가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137명의 작가들은 마땅히 제 몫의 할 일을 수행했다”며 젊은 작가들의 소신 있는 행동에 힘을 실었다.

“작가는 말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라면서 박 작가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의 발언을 ‘처벌’만으로 다스리려는 행위는 결단코 성공할 수 없다”며 “정치검찰이라고 비난받아온 검찰이 혹시 이로써 권력자의 눈에 들고자 오판하여 ‘엄한 처벌’을 획책한다면 작가들의 ‘발언’은 그로부터 더 거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소설가 황석영 공식 블로그
ⓒ 소설가 황석영 공식 블로그
이에 앞서 지난 달 황석영 작가도 <한겨레> 특별기고문을 통해 “세계 도처의 예술가·지식인들이 자기네의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발언하고 비판하는 것은 하나의 권리이자 의무”라면서 “이들이(137명의 젊은 작가) 정권이 바뀌기를 원했다는 것은 현 정부의 참담한 실정에 분노했기 때문이고 저들의 독자이기도 했던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논리에 매몰된 문화정책을 비판하는 등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된 ‘표현의 자유 침해’를 강하게 비판 했다.

황 작가는 정치인들이 시장논리를 내세워 기초예술 지원 프로젝트를 없애 버렸다고 지적하며 이는 “대중연예의 기능과 본격예술의 그것이 다르다는 것을 한참 모르는 문화 정책이었다”고 꼬집고 “그런데 문인들에게 사회적 ‘표현의 자유’마저 포기하라면 이제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사회통합인가”라면서 황석영 작가는 “진정한 통합 의지가 있다면 승자는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민심을 다독이는 관용과 여유를 보여야 한다”면서 “상처받은 절반을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다면 도대체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새 정부를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안도현 시인 ⓒ 블로거 (Dancing Mulgogi)
안도현 시인 ⓒ 블로거 (Dancing Mulgogi)
안도현 시인도 자신의 트위터(@ahndh61)‏를 통해 “젊은 후배작가 137명 중에는 벌금형 선고되면 차라리 감옥에서 노역형을 택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나 같은 선배들이 노역형을 대신 살아주는 방법은 없나?”라고 적어 젊은 작가들의 소신 있는 행동을 격려했다.

안 시인은 3일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젊은 문인들의 입장에 보도자료까지 낸 것과 관련해 “고발을 했으면 그것에 대한 법의 판단을 받으면 되는데 선관위라는 국가기관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보도자료를 낸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마저도 국가기관이 간섭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예인 것 같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선관위의 젊은 문인에 대한 고발 조치와 관련, 한국작가회의, 부산작가회의, 인천작가회의 등은 각각 성명을 내고 "양심에 입각한 정당한 권리를 그들의 표현수단인 '글'을 통해 행사한 젊은 문인들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문인 137명은 대선을 엿새 앞둔 지난달 13일 ‘우리는 정권교체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통해 “우리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은 조금이라도 삶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바란다. 그 출발이 정권교체에 있음을 절실히 공감한다”고 밝혔고 다음 날인 14일 같은 내용을 한 일간지의 전면광고로 게재했다.

선언에는 김연수, 천명관, 백가흠, 박민규, 박성원, 권여선, 하성란 등 소설가 56명과 김선우, 나희덕, 장석남, 김민정, 박후기 등 시인 8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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