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시민판단 존중해야”.. 이재화 “배심원과 다른 견해? 재판장 편견 때문”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고 있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됐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려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이 28일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은 전원일치로 안 시인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무죄 판결을 내리지 않고 다음달 7일로 연기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1시부에 시작했지만 자정이 다 된 시간에야 끝이 났다.
참여재판의 선고는 당일에 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에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이 사건 공소사실 판단과 재판부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심원은 만장일치 무죄평결을 하였으나 재판부는 일부 무죄평결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며 “배심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상충점이 없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안도현 시인에게 벌금1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며 “피고인의 태도와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란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시인의 변호인측은 “피고인은 한 출판사로부터 안중근 의사의 전기를 집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왔다”면서 “트위터에 올린 글 대부분 오랜 연구로 발견된 진실한 사실로 허위사실이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한편 법정에서 나온 안 시인은 “변호인단과 다시 검토해야겠지만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은 국민들의 건강한 상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선고가 연기된 것에 아쉬운 점은 있지만 재판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배심원단의 무죄평결에도 불구, 재판부가 선고를 연기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참여재판을 하는 이유는 국민의 눈높이로 재판하고자 도입된 것인데 재판부의 생각대로 판결할거면 국민참여재판 왜 하나?”며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재판장의 ‘헌법과 법률, 직업적 양심에 상충되지 않도록 검토해 판결하겠다’는 재판부의 의견에 “배심원과 견해가 다른 것은 직업적 양심이 아니라 재판장의 편견 때문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의 조국 교수도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존중할 것인지만 남았다”며 “우리와 달리 외국 배심재판에선 배심원 무죄평결이 나오면 재판부가 이를 뒤집는 일은 극히 드물며, 검사의 항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민의 사실판단을 최대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네티즌들도 “재판부의 선고 연기는 배심원제도 취지에 반하는 행동이며 재판부의 독립성에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jir****), “재판부의 직업적 양심? 그게 뭔데? 도덕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직업적 양심은 권력에의 굴종 아닌가?(jun****), “국민의 정서나 인식과는 동떨어진 법률적 판단이라”(o_o****)라는 등 재판부의 선고 연기를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문 의원의 재판 참관을 두고 “(재판이 열린 전주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 86%의 지지를 보낸 지역”이라며 “배심원들이 고뇌 끝에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으면 진의가 왜곡되고 의심받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도 “문재인 의원이 배심원단 바로 앞에 앉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거들었다.
이에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참여재판 배심원들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다른 당의 대통령 후보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근거를 가지고 하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