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앞 日대사관 신축, 위법·외압 의혹

문화재청, 1년만에 결정 번복.. 외교부, 협조공문 외압 의혹

경복궁 앞 일본대사관이 높이 제한을 초과하는 고층으로 신축 허가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이 1년 전 내린 결정을 뒤집어 부결에서 가결로 입장을 바꿨고, 그 사이 일본대사관과 외교부가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 드러나 특혜와 외압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2013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문화재청이 일본대사관의 신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신축계획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은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약 91m 떨어져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경복궁 반경 100m 이내 지역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설정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건물 신축이나 재·개축 시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지켜야 한다.

일본대사관이 신축하려는 건물 높이는 35.8m로, 지난해 7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신축 건물이 허용기준인 최고높이 14m를 두 배 넘게 초과한 점을 들어 허가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7월 문화재위원회 재심의에서 건물높이를 3.4m만 낮추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를 뒤집어 계획이 가결됐다.

문화재위원회는 “원지형이 남아있는 곳은 발굴조사를 한다”는 조건부를 달고 계획을 허가했다. 높이만 3.4m 낮아졌을 뿐 같은 계획에 대해 1년 전과 손바닥 뒤집듯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한일본대사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주한일본대사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한겨레>에 따르면,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12월21일 문화재청에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언급하며 “재신청 부결 시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외교부는 5월2일 같은 이유를 들어 문화재청에 대사관 신축에 관해 긍정적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비엔나협약은 외국 공관의 설치나 공관 직무수행에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일본쪽과 외교부는 이 조약에 따라 2009년 주일 한국대사관 청사 신축 당시 일본 도쿄도가 부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봐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상희 의원은 “일본대사관은 문화재청에 일본대사관에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의미로 주일 한국대사관 신축에 대한 편의제공을 언급하며 재신청에서 부결될 때 일한 관계 악영향을 강조했다”며 “일본대사관 신축·관련 일본대사관과 외교부와 주고받은 공문을 살펴보면 2차 허가신청도 접수하기 전에 일본대사관 측과 외교부의 허가를 위한 압력 의혹이 더해진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건축 허가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15일 사설을 통해 “신축 건물의 규모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도 심의 결과가 뒤바뀐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은 “‘고층 건물이 많아 건물 신축에 따른 경복궁의 역사문화환경 훼손이 경미하다’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설득력이 없다”며 “정부가 2010년 12월 문화재보호법을 강화한 것은 먼 훗날에는 문화재 주변 경관을 제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의 ‘공관의 직무수행을 위해 충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지만 이 역시 말이 안 된다”며 “귀한 문화재 경관까지 훼손하면서 편의를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축 허가는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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