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첫 시국기도회 “어미없는 시대…민주주의 어머니 돼 달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첫 시국기도회를 열고 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제단은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를 열고 민주주의의 존립을 위협하는 국정원의 해체 불법 대선개입 관련자 처벌, 청와대의 검찰 흔들기 중단,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수도자․평신도와 시민 5000여명(경찰 추산 1700명)이 참석했으며,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문재인 의원은 시국미사에 참석해 ‘어떤 기도를 할 것이냐’는 ‘데일리 고발뉴스’의 질문에 “(마음속으로만)간절히 기도 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전했다. 이날 문 의원은 말 보다는 시국미사 참석 자체에 의미를 두는 듯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기도회 강론에 나선 하춘수 신부(마산교구)는 “이제 국정원은 온 국민이 걱정하는 걱정원이 돼 버렸다”며 “국가기관이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국민을 협박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하 신부는 이어 “세상 권력의 불의와 위선에 저항한 것이 예수의 십자가다. 민주주의도 이런 예수의 십자가를 닮았다”며 “심각한 민주주의 가치의 붕괴를 목격하는 지금 이러한 평화로운 저항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천주교 평신도를 대표해 나온 성염 전 교황청 대사는 “추석 동안 많은 사람들이 ‘역시 핏줄은 못 속인다’고 한숨을 지었다”며 “이 자리는 현 정권의 회개를 위한 기도회이니 누구를 저주하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저울에 무게가 부족할 때 또다시 10·26의 총성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인 아구스티누스가 ‘정의가 없으면 공권력은 사법적 권한을 못 갖는다’고 했다. 어떻게 범죄자인 국정원이 지금 야당을 사로잡고 수사를 하고 공안정국을 만들어내는가”라고 개탄하며 “국정원에겐 사법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국기도회에서는 국정원 사태뿐만 아니라 쌍용차 사태,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콜트-콜텍, 4대강 문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도회에 참석한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쌍용차 정리해고 정부가 해결하라” “돈보다 생명이다, 송전탑 중단하라” “해군기지 필요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기도회가 열린 서울광장 한 편에서는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4대강 사업 책임자 국민고발인단’ 소속 시민들이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14일 동안 대한문 앞에서 단식투쟁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도 기도회에 참석해 “지난 5년간 투쟁에서 연대의 소중함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며 “평택공장에서 파업할 당시는 물론 평택역과 송전탑, 대한문에서 열린 신부님들과 신자들의 미사에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이어 “단식 14일차다. 중단하고 싶다. 대한문 미사 그만하고 싶다. 정든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며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신자분들, 함께 힘을 모아준 모든 분들에게 더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기도회 사회를 맡은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장동훈 신부는 “노동자들 빈민들, 이제는 민주주의까지 어미 잃은 자식마냥 길거리로 나 앉았다”며 “어미 없는 시대다. 누굴 믿겠는가. 이제 우리가 이 어미 없는 시대의 진짜 어머니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신부는 이어 “어미 잃은 노동자들과 민주주의의 어머니가 돼 달라”며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함께 살자”고 외쳤다.
기도회가 끝난 후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아예 고질이 되어버린 거짓의 암세포를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며 “우리가 국정원이 저질렀고 경찰청이 덮어버린 공작들을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닥칠 공안정국 아래 우리의 일상은 용산참사와 쌍용차 해고사태, 4대강과 밀양송전탑 건설 강행, 제주 강정 구럼비와 같은 파괴와 불법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저항의 정신으로 거짓축출과 민주주의 회복 운동에 함께하자”며 시민들과 천주교 신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호소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광장에서의 기도회를 마치고 건너편 덕수궁 대한문으로 자리를 옮겨 14일 동안 단식 투쟁중인 12명의 노동자들을 위해 마무리 기도회를 진행했다.
‣ 9.23 <데일리 고발뉴스> “문재인 의원 시국미사 참석, ‘촛불행동’ 개시” (03분 12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