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수도자’ 4,502명 첫 공동 시국미사…“시민과 최대한 연대할 것”
한국 천주교 남녀 수도자 장상(長上,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어른)들이 나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신부와 수녀 남녀 수도자들이 공동으로 시국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시국선언은 한국 천주교에서 영향력을 갖는 수도자들인 ‘장상’들을 비롯해 4,502명이 직접 나선 것이어서 그 무게감이 이전의 시국선언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후 5시. 한국 남자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와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연합회 주최로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이번 시국 미사는 500여명의 신부와 수녀들이 참여했다.
수도자들은 이날 시국 미사에서 “어떤 수도자들은 수도자들의 사회적 행동을 불순하게 여기지만 이런 행동은 매우 복음적인 행동”이라며 “교회의 위상은 세상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남상헌 신부(한국 남자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무회의에서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국민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비판하며 “금도를 지켜야 되는 사람은 박 대통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이병옥 수녀(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장상협의회 상임위원)는 시국선언문에서 “(사제들은)공동의 선을 지향하며 하느님 나라의 시민임과 동시에 민주시민이기도 하다”며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가 위기에 빠진 이 시대에 기도와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으로 성실하게 응답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불법 대선개입 관련자 처벌, 국가정보원에 대한 개혁 노력 등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동시, 사죄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정대 신부(한국 남자 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 전문위원장)는 ‘go발뉴스’에 “수도자들이라고 해서 사회문제에 무관심하지 않다”고 밝히고는 “국정원 사태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국미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 신부는 “기회가 되면 수도자의 이름으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시민들과 최대한 연대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