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제단 ‘102년만에’ 시국선언…“국정원,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

대전교구 138명…“사회정의 규범 짓밟는 정치적 부패”

대구경북 지역의 사제와 수도자 506명이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1911년 대구교구 출범 이래 100여년 만에 첫 시국선언이다.

14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오후 3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은 헌법과 민주주의의 유린”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교회의 입장에서 바라본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분노를 넘어 경악하게 한다”며 “국정원이 특정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위해 수준 이하의 댓글 공작을 자행하면서 국가를 저버리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정평위는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에 동조해 국정원 사태를 해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고 박근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왜곡된 언론보도에 기대 국정원의 범죄행위를 덮으려 한다면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부당한 권력장악의 역사를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앞서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신부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구교구가 보수적이라는 지역정서와 함께 지금까지는 시국적인 문제에 대해서 직접 개입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고 자성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사제단이 14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트위터'
천주교 대전교구 사제단이 14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트위터'

김 신부는 이어 “2011년 교구 설립 100주년을 지내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좀 더 세상의 고통과 아픔에 동참하고 억압과 불의에 신앙적으로 저항하고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교회가 되기를 갈망하는 신부님들이 많이 생겼다”며 시국선언 발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신부는 “이번 국정원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어떤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차대한 도발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들을 사찰하고 영남과 호남으로 편 가르기 하고 욕설수준보다 못한 저질댓글을 달면서 한 정당을 위해 멸사봉당하는 것을 어느 국민이 정상적 대북활동이라고 보겠나”고 규탄했다.

그는 지난 대선, 대구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80.1%의 표가 나온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면이 있다”면서도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추억에 젖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나는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지시하지 않았다. 내가 관여한 일이 아니다’하고 발뺌하는 것은 국가수반으로서 온당치 못한 자세”라며 비판했다.

또한, 이날 대전 가톨릭 문화회관에서는 대전교구 사제단 138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사건의 본질은 세 가지”라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지난 대선 새누리당의 불법 열람으로 선거에 이용한 점”을 꼽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규탄했다.

대전교구 사제단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심각한 결함은 도덕 원칙과 사회정의 규범을 한꺼번에 짓밟는 정치적인 부패”라며 “더 이상 이 심각한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고 철저하게 규명하고 조사해 민주주의 근간을 더 이상 훼손시키지 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상대 53명, 진주교대 5명, 한국 국제대 8명의 경남 지역 교수 66명도 이날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 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무책임한 회피와 호도, 독선과 오만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관련자 엄출 처벌과 국정조사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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