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유린 뼈아픈 역사 되풀이”…‘33년만에’ 국정원 개혁 시국미사도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26년 만에 시국을 위한 거리행진에 나섰다. 광주대교구는 국가정보원 개혁과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며 다음 달부터 매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목요미사’도 진행하키로 했다.
12일 오후 2시30분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광주 동구 남동 5·18기념 성당에서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날 미사에는 1200여명이 참석했고, 이 중 300여명은 본당이 가득 차 밖에서 미사에 참여할 만큼 신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시국미사에서 김희중 대주교는 “현재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독재에 항거해 피와 땀, 심지어 목숨까지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 체제와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며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정의와 진리를 위해 헌신했던 숭고한 정신과 삶을 잃어버리고 살아 온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어 “대통령의 발언과 기록물을 공개한 것은 나라의 국격과 신뢰를 떨어뜨린 것”이라며 “정부여당에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깨우치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시국미사가 끝난 후 신도들은 ‘국정원 개혁, 대통령 사과’ 등의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시국과 관련해 거리행진을 벌인 것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처음이다.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1200여명의 신도들은 남동5·18기념성당을 출발해 민주화의 성지인 옛 전남도청을 거쳐 북동성당까지 묵주기도행진을 벌였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대선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일련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오늘의 상황은 유신독재의 시절로 회귀한 것으로 공안정국 속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됐던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검을 실시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월31일 광주대교구 사제·수도자 508명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광주대교구는 이날 시국미사와 거리행진에 이어 다음달 3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와 특별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