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국가 대표가 그런 행동 하는 것 부끄러운 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 당국자들에게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지도자들에게 북한을 설득·압박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27일, 자신의 블로그에 매주 연재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6 ‘북핵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주권국가 정부의 대표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장관은 “평생 동안 북과 싸우는 일을 한 사람들만 골라 국정원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배치함으로써 박 대통령은 자기 자신과 대한민국과 남북관계를 모두 해치고 있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통령은 북과 싸우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북을 끌어나가는 대통령이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남재준 국정원장이 공개한 대화록에서 “나는 지난 5년 동안 내내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워왔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글 전반에 걸쳐 풀어 적었다.
유 전 장관은 제네바 합의 이행을 통한 북한 핵 폐기를 위해 노 전 대통령이 6자회담에서의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5년 내내 미국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에 대한 기본입장에 대해 2007년 정상회담 당시 배석한 북 김계관 협상단장이 남북정상에게 한 6자회담 결과보고를 인용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한반도 전체 비핵화, 그리고 평화적 핵 활동 보장 이 세 가지를 미국이 행동으로 보장하면 6자회담 합의를 통해 북도 행동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을 하지 않고 핵을 폐기하려면 협상을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며 “만약 북이 내건 핵 폐기의 조건이 합리적이라면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북의 요구가 지나치거나 사리에 맞지 않는다면 끈질기게 협상해서 누그러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실제로 우리는 오랜 기간 그런 노력을 해 왔다. 북과 직접 대화도 했고 6자회담도 했다”며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워왔고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다’고 한 것은 그런 뜻”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핵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기본전략은 ‘제네바합의’를 살려냄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라며 “따라서 북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검토한 부시 대통령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유 전 장관은 노 대통령도 ‘제네바합의’를 살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문제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북이 원하는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보장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북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폐기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이것이 진심이라면, 다른 목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제네바합의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된다. 다른 걸림돌은 없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6자회담에서의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5년 내내 미국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내용을 말하면 제네바합의를 살려내자고 미국을 집요하게 설득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종북’이나 ‘반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