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강연…“링컨은 칭찬하면서 DJ는 왜 욕하는가”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는 짧은 글을 트위터에 남기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년만에 자유인으로서 대중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다시 글 쓰는 사람으로 돌아와 대중 앞에 선 유 전 장관은 30일 교보문고에서 진행된 그의 새 책 <어떻게 살 것인가>저자 강연회에서 “책을 쓰면서 정치를 그만두고자 하는 마음이 확고해졌다”고 밝히고 “세상과 나를 분리하고 세상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은 누구나 본성을 제대로 발현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살 때 행복을 느낀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을 발현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귀하다. 일, 사랑, 놀이, 연대는 우리 모두가 가진 본성이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세상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설정함에 있어서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몇 달 전부터 세상과 나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게 됐다. 이 문제를 고민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불편함’이다. 세상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고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재단하고, 절제해가면서 세상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 태도가 옳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고, 정치에 입문하고, 정치를 하면서 그에게 낙인처럼 따라붙었던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싸웠던 이유도 바로 이 ‘불편함’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서 수많은 불의가 저질러지고 있다. 죄 없이 차별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 종일 세워놓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월급의 60%밖에 못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 삶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재단하고, 계획하고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겐 일정부분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그 점이 살아가면서 굉장히 어려웠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느낌이야 말로 문명의 모든 진보를 가지고 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강연회를 찾은 한 시민은 유 전 장관에게 ‘지난 삶을 반추했을 때 다시 되돌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유 전 장관은 “바꾸고 싶은 것 많지만 실제로 그 상황에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신체제, 박정희 정권 말기에 야만적인 행위들이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당시 불편한 느낌이 너무 셌다. 요즘 장관으로 임명 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당시에도 불편함을 거의 못 느끼며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 장관이 되고 있다. 나는 당시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았던 것이고, 그런 면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 놀이, 사랑, 연대 중에서 연대와 관련해서 느끼는 불편함이 너무 컸기 때문에 앞의 세 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것 같다.”
“왜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의 귀함을 잘 모르고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까.”
유 전 장관은 최근 영화 ‘링컨’을 본 소감을 전하며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정치를 바라보는 ‘이중잣대’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영화 ‘링컨’에서 묘사되는 정치와 링컨이란 인물에 대해 쓴 칼럼들을 봤다.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명문화하는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 하원의원을 자리로 매수하는 장면을 두고 선을 이루기 위해서 위대한 지도자는 그래야 한다는 식의 칼럼들이 많이 나왔다. 난 그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런 칼럼 쓰는 분들이 왜 옛날에 김대중 대통령을 욕했나. 수십 년 동안 여야정간 평화적 정권교체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느냐를 시험하는 중대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과거 부패와 독재세력인 김종필 씨를 끌어들여 정권교체를 이뤘다. 민주당 국회의원 하원의원들을 자리로 매수한 링컨의 행위와 김종필씨를 자리로 매수한 김대중 대통령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나.”
유시민 전 장관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 글 쓰는 사람으로 돌아와 내놓은 첫 저서 <어떻게 살것인가>에는 자기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