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 정도 세금 부담은 감내할 수준”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평가가 큰 시각차를 보이며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연소득 3천459만원 이상의 봉급생활자 434만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연말정산 때 과세방식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세금 감면 혜택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소득 재분배 효과 거둘 수 있다”고 동의하고 있다. 중산층에 대한 과도한 세금 증가 부분만 조정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며 원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개편안은 소득 계층 간 형평성을 높이고 대기업 등에 대한 과도한 세제 지원을 축소하면서 세원을 높였다”며 “저소득, 서민계층의 경우 세 부담이 줄어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한 중산층, 봉급 생활자들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안다”며 “유리지갑인 샐러리맨들, 중간 소득계층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조정 검토의 뜻을 비췄다.
민주당의 ‘세금폭탄’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중산층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한 결과 중산층의 경우 한 달 평균 1만원이 늘어난다. 세금 폭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과세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뀔 경우 연간 소득 3450만~7000만원 사이는 1년에 16만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데 비해 민주당은 1년에 40만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세제는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당 민주당이 결코 세법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대기업과 부유충은 그대로 놔둔 채 월급쟁이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포기선언에 이은 명백한 민생역행”이라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재정파탄 우려에도 세정방향도 분명치 않은 가렴주구식 세제개편안이자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며 “배고픈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배부른 재벌 대기업의 배만 채워주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형 세제개편”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재벌특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정책논평을 통해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하면서 상속증여세나 금융소득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완화했다”며 “개인 세금은 더 거두고 기업 세금은 더 깎아주는 형태여서 MB 정부보다 지독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발견하게 된다”고 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논평에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재벌 특혜 세제로 조세형평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는 언급이 이번 세법개정안에 고스란히 포함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감몰아주기 방지 등 경제민주화 입법은 그간 시장에서 횡행하던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근절하고 이를 통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고 경제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했다. 이는 마치 정부가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제에서는 특혜를 주어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9일 “증세가 아니며 조세구조의 정상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 정도 세금 부담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방어에 나섰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한 건 아니기 때문에 증세 없이 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큰 뜻을 모으는 차원에서 그런 부분은 마음을 열고 받아주면 좋지 않을까 읍소드린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