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독립군 토벌 ‘백선엽상’ 제정 논란

민족문제硏․진보당 “국가와 군 정통성 부정하는 일” 비난

국방부가 만주군 출신으로 독립군을 토벌한 전력이 있는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의 이름을 딴 기념상을 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방부는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해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 상은 동맹 발전에 헌신한 미국 인사들에게 매년 수여된다. 군 당국은 오는 9월30일 ‘한미동맹의 밤’ 행사 때 백 전 총장이 직접 이 상의 첫 수상자에게 시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 전 총장은 일제 때 만주군 간도 특설대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토벌한 경력을 갖고 있어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도 특설대는 당시 조선인들의 거주지였던 간도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벌이던 조선인과 중국 팔로군을 토벌하는 부대였다. 이 부대는 항일독립군은 물론 양민들도 잔혹하게 학살해 악명이 높았다.

이 같은 사실은 백 전 총장도 인정한 바 있다.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회고록 <대게릴라전>에서 “우리가 전력을 다해 (항일무장세력을)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을 것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백 전 총장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4명에 포함됐으며, 민족문제 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됐다.

ⓒ 'JTBC'
ⓒ 'JTBC'

그러나 국방부는 백선엽상 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6·25전쟁 때 맹활약했고, 한국과 미국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백 전 총장은 6·25전쟁 때 제1사단장으로 북한군과 싸웠다. 전쟁 중인 1952년에는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을 참관했다. 그는 같은 만주군 출신으로 1948년 남조선노동당에서 활동하다 적발돼 사형 선고를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 구명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겨레>에 “백 전 총장은 우리 독립 투쟁가들과 민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서 “그런 그를 기리는 상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와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보수 세력이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다 해도 이런 행위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홍성규 대변인도 17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백선엽은 대표적인 친일파 인사”라면서 “이런 사람이 한국군 첫4성 장군에 올랐고 육군참모총장을 2번씩이나 했다는 사실 자체가 청산해야 할 부끄러운 역사”라며 국방부를 맹비난했다.

홍 대변인은 또 “한미동맹에 공로가 큰 미군 장병에게 이 상을 준다는데 결국 미군 입장에서는 2차대전 시기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적군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국방부는 추진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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