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26주기 추모식…“우리 모두 이한열 돼야”
‘민주주의’를 외치며 스러져간 이한열 열사의 26주기 추모식이 있었던 지난 5일. 이날 그가 잠들어 있는 광주 망월동 묘역에는 장대비가 세차게 내려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이한열기념사업회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연세대 동창회 등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추모식은 황건원 목사(서울 계동교회)의 집례와 김종수 목사(목포 산돌교회)의 설교로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은 애초 1시간 동안 진행 될 예정이었으나 궂은 날씨로 인해 약식으로 치러졌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의 헌화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졌고 참석한 추모객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열사를 기렸다.
배은심 여사는 이날 자리에서 “26년이 지났는데도 87년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민주주의가 후퇴 하는 것은 기득권들의 망령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회담 문제를 가지고 여야가 옥신각신 하고 있고, 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 등의 소식들을 접할 때 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87년 6월 이한열 열사 사망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오늘 이렇게 서럽게 비가 오는 걸보니까 한열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 의원은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민주주의는 80~90년대 수많은 열사들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서 이뤄낸 것”이라면서 “권력기관이 특정인들의 권력 장악을 위해 선거에 개입하는 등 민주주의가 후퇴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깨어있는 국민들이 다시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수많은 열사들의 죽음들이 헛된 것이 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유가협 운영위원도 참석했다. 전 위원은 지난 4월 중구청의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 철거에 항의하다 부상을 당해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와중에도 광주까지 함께 했다.
전 위원은 “이한열 열사가 열어놓은 민주주의의 장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모두가 한열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는 “모두가 한열이가 되었던 87년 6월 그 현장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3시. 추모식을 마치고 서울행 버스가 출발할 때 즈음 세차게 퍼붓던 비가 비로소 그쳤다. 참가자들은 26년 전 수많은 희생의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국정원 게이트’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참담함에 무거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한편,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진상규명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지난달 21일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운집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26년 전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노력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