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계좌 운영위한 조치”…5차 명단, 北연계 추정 유령회사도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6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 5차 발표에서 문광남 등 평양에 주소지를 둔 유령회사 4곳을 공개했다.
또 <뉴스타파>은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대표와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에 대한 추가 취재 내용도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북한사람인 문광남 씨가 지난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래리바더 솔루션(Larivader Solutions, Inc.)’가 공개됐다. 문 씨의 주소는 북한 평양 모란봉 구역 2긴말동으로 기재돼 있었으며, 이 회사는 최소 2009년 10월까지 존속했다.
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00년 11월 ‘천리마’, 2001년 2월엔 ‘조선’과 ‘고려 텔레콤’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세워졌는데 이 3곳의 이사진에 공통적으로 임정주(서류상 영문명, Lim Jong Ju)와 ‘WONG Yuk Kwan’이라는 이름이 올라 있다.
북한의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한 사업가들로 추정되며 임정주는 북한 국적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다만 페이퍼 컴퍼니 이름이 북한식이고, 이사진들이 북한 관련 사업에 참여한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이 페이퍼 컴퍼니들이 북한과 연계됐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두환씨의 장남 전재국씨가 아랍은행 싱카포르 지점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의 명의로 계좌를 만들고,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 등을 위탁해 특별 서비스를 받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근거로 지난 2004년 8월 13일 블루 아도니스의 회계 장부, 회의록, 주주 원부, 등기이사 원부 등의 자료를 모두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는 내부 기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보관처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지정하면서 C/O (Care of의 약자)라는 영어 약어를 기재한다며 이 용어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이 전재국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 블루 아도니스의 각종 서류를 보관할 뿐 아니라 회계, 행정 등 전반적인 업무까지 대행해서 관리해준다는 것을 뜻한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이에 대해 역외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페이퍼컴퍼니 관련 서류 자체를 은행에 위탁 보관한다는 것은 회사 관련 서류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보다 은밀하게 페이퍼컴퍼니와 비밀계좌를 운영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도피생활 중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사장은 지난 2001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Multi-Luck Investment Limited’를 통해 국내에서 외국인기업으로 등록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게임관련업체 RNTS MEDIA Co., Ltd에 대한 지배구조를 완성해 놓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RNTS MEDIA Co., Ltd의 지주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RNTS N.V.가 올해 1월 룩셈부르크 장외시장에 상장하면서 공개한 사업설명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RNTS의 자본금은 500만유로(한화 75억원)가량으로 발행주식은 5000만주다. 또 최대주주는 지분 33.5%를 갖고 있는 SYSK Limited, 2대주주는 25% 지분을 보유한 Sapinda Holding B.V다.
그러나 SYSK Limited의 유일한 주주는 Multi-Luck Investment Limited이고 Multi-Luck Investment Limited의 실질 소유주 겸 등기이사는 김석기씨의 부인 윤석화씨와 10살된 아들 김모군, 김씨의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테레사 창으로 기록돼 있다고 <뉴스타파>는 설명했다.
김석기씨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페이퍼 컴퍼니 2개를 거치는 방식으로 사실상 국내 업체를 운영하면서 룩셈부르크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또 “김석기씨가 사실상 운영하는 RNTS MEDIA는 국내 다른 소프트웨어업체와 35억원 규모의 앱스토어 구축 계약을 체결한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지난 3월 피고소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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